[교육칼럼]소규모 학교 살리기, 이대로 좋은가?
[교육칼럼]소규모 학교 살리기, 이대로 좋은가?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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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해 장학금을 주거나 외국연수를 약속하며, 빈집을 제공한다는 뉴스가 종종 눈길을 끈다. 그런데 교직원들의 충정과 열정, 지역민들의 참여와 헌신에 감동하면서도 언제까지 인센티브 정책(?)에 의존해야 할까? 그것이 성공의 충분조건이며, 해당해 학교만 짊어져야 할 짐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학교 공동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산어촌 인구는 도시로 빠져나가고, 도시에는 학교가 크게 늘어났는데 출산율이 급속하게 떨어져서 생긴 현상이다. 그리하여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소규모 학교가 전체 학교의 절반 이상이 되고 있다.

20여 년 전, 필자가 경남교육청의 초등학교 교과서 실무를 담당할 당시 ‘우리들은 1학년’을 5만여 권 출판했었다. 그 당시에도 취학아동은 매년 감소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인구 절벽으로 치닫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불과 20여 년 만에 경남의 초등학교 신입생이 3만3000여 명 정도라 하니 인구 감소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된 것인지를 짐작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을 유지한다고는 하나 20세 이하는 노인 세대가 20대일 때와 비교하면 반의반도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인구 감소는 특별한 대책이나 국민적 의식의 변화가 없는 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데에 그 심각함이 있다. 이러함에도 국정의 제1과제가 인구정책이 아닌 것처럼 보여져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육아나 교육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거나 출산을 미룬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인구가 줄어들면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왜곡되고 단절된다.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가 학교 모습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읍면지역에는 예닐곱 개의 초등학교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1면 1교의 학교도 유지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도시라고 예외는 아니다. 1000명 아니 2000명도 더 되었던 과밀 학교가 100명 이하의 소인수 학교로 된 곳도 많다. 그 결과 교육문화 관련 산업과 아동 청소년 관련 산업이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다. 당장 내년도 초등 교원 선발 인원이 크게 감소하는 등 대학교육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게 될 것이다.

문을 닫은 학교, 아이들이 놀지 않는 텅 빈 운동장, 학생과 교직원수가 엇비슷한 학교에 한 번 가보라. 학교에서 맞닥뜨린 인구 절벽 앞에 서보라. 신흥 아파트촌이나 대도시 학교는 여전히 아이들로 북적댄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인구 절벽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는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언젠가는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하여 온갖 애를 썼지만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학교 문을 닫게 된 전직 교장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1년 동안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데 교육과정이 아무리 좋은들 학교가 유지될 수 있겠어요?”

“동창회나 독지가의 장학금 지원이 도움은 되지만 근본 대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규모 학교 살리기는 해당 학교 교육공동체만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니고 통폐합을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도 능사가 아님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온 국민이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만들고, 농산어촌 살리기에 성공할 때 소규모 학교의 특화된 교육과정은 우리 교육의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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