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주성 함락 일에 임진 의병을 생각한다
[기고]진주성 함락 일에 임진 의병을 생각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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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진주문화원장)
오늘은 427년 전 진주성이 왜적에게 짓밟힌 날이다. 1593년 유월 그믐. 당시 진주성은 때마침 내린 폭우로 인해 동문쪽 성벽 일부가 허물어져 버렸다. 미시(未時, 13-15시)에 비로 인해 동문 쪽의 성이 무너져서 왜적이 개미 떼처럼 붙어 올라오자 김해부사 이종인이 병사들과 창과 칼을 들고서 상대해 육박전을 하여 쳐 죽였다.

왜적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왜적은 물러갔다. 또 서북문에서 왜적이 고함을 치며 돌진해 오자 창의사 김천일의 군사들이 모두 흩어져 촉석루로 모였다.

왜적이 성으로 올라와서 칼을 휘두르며 날뛰자 진주목사 서예원이 먼저 달아나니 조선 군인들은 흩어져버리고 김해부사 이종인도 탄환을 맞고 순국을 했다. 이때 군사들이 창의사 김천일을 부축해 일으켜서 피하기를 권했다.

하지만 김천일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좌우를 돌아보며 “나는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라고 소리친 후 마침내 아들 김상건과 더불어 서로 끌어안고서 남강으로 몸을 던져 순국했다.

최경회와 고종후도 김천일 부자의 뒤를 따르며 생을 마감했다. 김준민 이하 장수들은 마지막까지 분전하다 장렬히 전사하였다. 특히 이종인은 적병 두 명을 끌어안은 채 남강에 투신하는 등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웠다.

이 당시 왜적이 진주성을 평지(平地)로 만들었는데 성 안에 죽은 자가 6만여 인이었다. 어떤 이는 8만여 인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3만여 인이라고 한다. 뒤에 감사 김늑이 사근 찰방(沙斤察訪) 이정(李瀞)을 시켜 조사하게 했다.

그 결과 성 안에 쌓인 시체가 1000여 구이고, 촉석루에서 남강의 북안(北岸)까지 쌓인 시체가 서로 겹쳤으며, 청천강에서부터 옥봉리(玉峯里)·천오리(遷五里)까지 죽은 시체가 강 가득히 떠내려갔다고 전한다.

지금부터 427년 전 진주성 함락 당시 진주는 이처럼 장엄하고 참혹했다.

427년이 지난 오늘. 김천일 의병장 부자가 서로 끌어안고 남강으로 몸을 던져야만 했던 그날의 장엄하고 참혹한 실상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최경회 고종후 김준민 이종인 등 순국 의병장들의 충혼을 또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새삼 세상 일에 눈이 멀어 잊고 살았던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논개와 삼장사의 충절이라고만 대충 기억해왔던 우리 진주 사람들은 창렬사를 곁에 두고도 참배할 마음을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날 아침에 종종 진주성을 산책하노라면 지역의 대아고등학교 학생들이 비를 들고 청소를 하며 충혼을 기리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당시 대견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런 교육을 가능케 했던 선각자의 교육이념, 학교이념에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도 가끔 각종 모임에 나가보면 학창시절 당시 청소를 했었던 얘기가 화제가 되는 경우를 본다.

6만 충혼의 숨결이 배인 진주성은 진주의 상징이자 진주 정신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의로운 기녀인 의기 논개의 충혼까지 곁들여진 진주성은 진주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진주성이 성스러운 땅인 이유는 임란 의병들의 충절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마땅히 선양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주 문화원은 앞으로 진주성 임진왜란 의병들의 충혼을 연구하고 선양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진주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당부하고자 한다.

 
김길수 진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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