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쌀 한 톨의 가치를 되새기며
[기고]쌀 한 톨의 가치를 되새기며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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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진주사무소장
고려시대의 뛰어난 문장가인 이규보 선생은 그가 펴낸 동국이상국집 ‘햅쌀의 노래(新穀行)’편에서 쌀 한 톨의 가치와 이를 생산하는 농업인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쌀 한 톨 한 톨을 어찌 가벼이 여기랴/사람의 생사와 빈부가 달렸는데/나는 농부를 부처처럼 존경하느니/부처님도 굶주린 사람도 살리기 어렵다네.”

이 글에서 선현들은 쌀 한 톨이 가지는 의미를 사람의 목숨에 비유할 만큼 그 가치는 매우 크고 중요함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쌀을 생산하는 농부의 수고를 부처에 비유할 만큼 존경을 표현하고 있다. 어릴 적 밥 한 톨 남기면 “쌀 한 톨 생산에 농부의 손이 몇 번 가는지 아느냐”며 부모님으로부터 꾸중을 듣던 때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의 가치를 되새기고 소비 촉진을 위해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주축이 되어 제정됐다. 쌀의 날은 추수기도 아닌 여름 생육 시기에 제정되었을까. 이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8번의 농부 손길이 필요하고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농부의 정성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쌀을 뜻하는 한자어인 미(米)를 구성하는 형성문자도 八(8), 十(10), 八(8)의 의미를 새겨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정했다.

하지만 쌀이 차지하는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재배기술의 발달과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대 136kg였으나, 2010년은 73kg, 작년에는 59kg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육류 소비의 증가, 가공식품의 발달, 밀가루 위주의 식습관 변화에서 원인이 있으나, 각종 언론에서 쏟아내는 잘못된 정보의 영향도 크다.

건강 프로그램에서 쌀이 비만의 주범인양 매도하고, 일부 의사는 성인병 예방을 위해 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등 소비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쌀은 식이섬유와 무기질, 지방, 단백질 등을 고르게 함유하고 있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쌀은 식량 역할 외에도 논농업을 통한 홍수 조절, 산소배출, 유기물 분해, 토양유실 방지 등 공익적 기능이 무궁무진하다. 쌀의 날을 맞아 쌀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주식인 쌀 농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진주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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