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수해복구활동의 의미
정치인의 수해복구활동의 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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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올해 장마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기록인 2013년의 49일을 54일로 경신하며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긴 장마만큼이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에 참여하고 피해주민들에 대한 조속한 재난지원금 지급과 현실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로지 수해복구를 위한 민생정치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당지지율을 염두에 둔 치열한 정치의 연속이었다.

각 정당은 이번 수해복구현장에서 자신들만은 보여주기식 복구현장 방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족하나마 진정성이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수해복구현장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활동은 과거의 모습과 다르기는 했다. 우선 같은 색깔의 정당 유니폼이나 양복이 사라지고, 높은 어른들의 수해현장 방문에도 의전으로 인한 불편함은 많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수해복구현장 방문 인증샷도 많이 줄어든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사진을 올리는 자의 의도와 그 사진을 보는 자의 해석에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하지만 사진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사진 속 인물의 모든 활동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장마에는 모처럼 여당과 야당이 수해복구현장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면서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며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현실적인 피해복구 방안에 대해서는 각자가 자기주장만 할 뿐 서로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당이 지난 25년 동안 변동이 없었던 수해재난지원금을 당정협의에 따라 2배로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야당은 그것도 부족하니 3~4배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이 추경을 들고나오자 정부와 여당은 일단 예비비로 충당하고 부족하면 그때 고려할 것이라고 하고, 야당은 이에 대해 선거 때는 야당이 반대하는 추경을 꺼내 들더니 이제는 정작 피해가 심각한데도 추경을 거부한다고 비판한다. 미래통합당이 섬진강 지역 수해현장에서 4대강 지역은 홍수피해가 줄었는데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빠졌기 때문에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역시도 4대강 사업의 여파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이 넘는 끝도 없는 논쟁이 수해복구현장에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야당은 집중호우와 함께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을 태양광 발전시설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여당은 이에 대응하여 태양광 사업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장려하던 것을 확대 시행하고 있는 것이며 그 설치기준도 강화했다고 맞받아치면서 서로의 탓만 하고 있다. 오로지 수해복구에만 전념하겠다던 초심은 결국 정치의 나쁜 습성에 다시 자리를 내주었다.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열심히 복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피해상황을 점검하여 현실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여당과 야당이 함께 협의하는 모습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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