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한국의 종자산업 경쟁력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한국의 종자산업 경쟁력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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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입맛을 당기는 매운맛의 주인공은 청양고추이다. 이 청양고추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에 걸쳐, 당시 국내 대표적 종묘회사였던 중앙종묘에서 개발한 고추의 상표명이다. 개발자는 중앙종묘의 사장인 유일웅 박사가 경북 북부 지방의 청송과 영양 지역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고추의 소과종을 부계는 국내 재래종, 모계는 열대지방 재래종으로 하여 품종개량에 성공하였다. 청양이라 명명하게 된 것은 청송의 ‘청(靑)’과 영양의 ‘양(陽)’자를 따서 1983년에 청양고추로 종자 등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1998년 IMF 관리체제로 접어들면서, 국제 종묘회사인 세미니스가 한국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 합병하면서 청양고추의 개발사가 흡수되었고, 개발자들은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종자회사인 몬산토에 로열티를 지불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 외국으로 팔린 종자 기업은 중앙종묘만이 아니었다.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세미니스(현재 몬산토에 합병된 기업)에, 서울종묘는 노바티스, 청원종묘는 사카타에 각각 인수되었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많은 채소들의 종자소유권을 외국기업들이 갖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농민들이 외국 기업에 지급하는 특허사용료 비용은 2005년 183억여 원, 2010년에는 218억여 원 정도였으나 2012년부터 10년 간 지불하게 될 로열티는 79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신흥경제국들의 도시화와 소득향상, 바이오 에너지 수용의 증가로 인한 곡물파동 등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종자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종자 연구개발과 종자산업의 육성이 매우 절실한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종자 자급률은 40%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종자시장 규모는 전 세계 종자시장의 약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현재로서는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종자기업도 없는 상태이다. IMF 사태를 극복하고 난 이후 흥농과 중아종묘를 인수합병했던 몬산토 코리아를 동부팜 한농이 다시 인수하였고, 2016년에는 LG화학이 다시 동부팜한농을 인수 합병하였다. 또한 농협중앙회가 농우바이오를 인수했고, CJ그룹 등

이 종자산업에 진출하는 등 종자산업의 육성 발전의 터전을 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종자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한 우리나라 정부도 미래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2년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를 시작하였다. ‘금보다도 비싼 종자’들을 발굴하고 연구 개발하기 위해 채소, 원예, 수산, 종축(번식용 가축) 등 5개 사업단을 구성하여 전략종자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이 추진됨으로써 2017년 말에 한국의 식물특허가 9959건이 출원되었고, 7070건이 등록되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한다. 출원 건수 기준으로 보면 세계 7위 수준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또한 2020년 1월 기준으로 농촌진흥청 국립유전자원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농업유전자원을 보면 1만1832종에 68만7369자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물과 미생물 1만1095종에 31만9082자원이고, 별도관리(특허미생물. 동물 생식세포 등) 737종에 36만6259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식물종자는 1599종 23만7043자원, 식물영양체 54개 시험포에 1488종 2만6088자원, 가축(생축·소, 개, 사슴)은 국립축산과학원에 8축종 1만9918개체가 각각 보존돼 있다. 이어 가축(생축·한우, 닭)은 가축생명자원 관리기관에 5축종 1만565개체, 곤충·누에는 국립농업과학원에 20종 382자원, 미생물은 농업과학원에 7830종 2만4269자원을 각각 보존하고 있다.

이제는 곡물과 채소의 씨앗이 국가의 식량안보 문제와 직결되면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종자주권이니 종자전쟁이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튼실하게 하려면 전문 인력의 양성과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한 것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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