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강주연못에서 나를 위로하다
진주 강주연못에서 나를 위로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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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풍경…나만의 비밀정원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다. 발걸음은 나만의 비밀 정원 같은 진주 강주 연못공원으로 자연스럽게 향했다.

경상대 가좌캠퍼스 정문에서 사천시 방향으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연못이 나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에 들어서자 싱그러운 풍경이 와락 안긴다. 숲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지고 지난다.

강주연못은 강주 진영(陣營)이 있던 자리다. 강주는 진주의 옛 지명이다. 고려 태조 23년인 940년 강주(康州)는 현재의 진주로 개칭해 오늘에 이른다. 연못은 정확하게 언제 축조되었는지 알 수 없다. 강주라는 지명과 못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500~600년의 이팝나무 4그루 등으로 미루어 아주 오랜 시절부터 있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연못의 둘레는 약 600m, 면적은 약 1만 8000㎡의 자연생태공원이다. 이팝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소나무, 용버들 등으로 숲이 만들어져 있다. 2005년 공원을 만들면서 34종 2만여 본이 수목과 야생화가 심겨져 있다.

공원은 빠른 걸음이라면 10분 이내로 다 돌아볼 정도로 아담하다. 연못 속 연잎들이 자글자글 익어가는 태양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 짙푸른 빛으로 빛난다. 연잎을 배경으로 포토존이 눈길과 걸음을 먼저 세운다. J-포토존 5개소가 공원에 설치되어 산책 나온 시민들의 눈길과 발길을 이끈다.

연못 가장자리에서 연못 안으로 이끄는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바람 따라 흔들흔들 춤을 추는 연잎들의 짙은 녹색 빛이 환영하듯 춤춘다. 연잎 사이사이로 고개를 살포시 내민 연꽃의 분홍빛이 곱다. 분홍빛의 화사한 빛깔 덕분에 마음이 어느새 핑크빛으로 물든다. 지나는 바람에 연향이 은은하게 흩날린다.

데크산책로를 나와 천천히 연못 가장자리를 걷는다. 굵은 모래가 내 걸음에 따라 “자끄럴, 자끄럴~” 소리를 낸다. 경쾌하다. 흙길의 부드러운 기운이 발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무거워진 마음을 비운다. 온몸이 개운하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무성한 나뭇잎이 녹색 물을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뜨릴 듯 싱그럽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여름 햇살이 보석처럼 빛난다.

공원 주위로는 커피숍이며 빵집, 고깃집 등 맛난 집들이 유혹한다. 식사 한 끼를 한 후 거니는 여유로운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나 역시 배부르고 여유롭다.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아이스커피 한잔을 구매해 공원 곳곳에 놓여 있는 긴 의자에 앉았다. 마시는 커피는 달곰하다.

커피 하나 받쳐 들고 걷자 걸음을 가볍고 마음은 상쾌해진다. 도심 속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신선이라도 된 양 몸과 마음이 여유롭다.

포토존의 알록달록 의자에 앉았다. ‘고백 의자에서 두근거림을 말할까?’라는 문구가 연인들의 달콤한 데이트를 떠올리게 한다. 포토존을 지나자 또 다른 포토존에서 걸음을 멈췄다.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마. 곧 다시 필 테니……’문득 삶의 에너지를 가득 충분 받는 기분이다.

강주연못을 걷는 이들의 걸음 너머로 싱그러움이 파릇파릇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덩달아 그림 속 주인공처럼 걷는 기분이다. 백문동의 보랏빛이 곱다. 보랏빛 향기의 응원 덕분에 한 첩의 보약을 지어 먹은 듯 힘이 솟는다.

어딜 둘러보아도 푸릇푸릇한 풍경이 함께한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드리운 깊은 그늘이 더욱더 싱그럽다. 퍽퍽했던 가슴이 촉촉해진다. 여름의 무더위와 짜증을 비웠다.

/김종신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연꽃이 만발한 강주연못공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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