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 상상력이 필요하다
신화 속 상상력이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9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중기 (논설위원)
관흉국(貫胸國) 사람들은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들의 조상이 아주 슬픈 일로 제 가슴을 칼로 찔러 죽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애통하고 슬펐길래 가슴을 찔렀을까. ‘산해경’에 등장하는 관흉국 사람들은 그러나 예의범절은 남달랐다. 윗사람이 행차할 때면 가슴 구멍에 장대를 꿰어 가마에 태우듯 모셨다고 한다.

▶섭이국 사람들은 귀가 엄청 크고 무거워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다녔다.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지만 큰 귀가 유용할 때도 있었다. 잠잘 때 한쪽 귀는 담요처럼 깔고 다른 한쪽 귀는 이불로 덮었다고 한다. 눈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사는 일목국(一目國), 여인들만 사는 여인국, 날개 달린 사람들의 우민국(羽民國)이라는 기이한 나라의 이야기도 있다.

▶변방의 먼 나라 사람들을 희화한 이야기지만, 어떤 적대감이나 배타적인 감정이 실리지 않은 신화 속 세상은 각자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방인과 타자에 대한 호혜적 공존의식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허한 자세, 풍부한 교감 능력을 보여주어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동양신화의 흥미난 이야기꺼리를 읽다보면 과학문명이 발달한 요즘 세상과 흡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모진 세파에 ‘구멍 난 가슴’을 부여안고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세상을 한 쪽 눈으로만 바라보는 확증편향적인 사람들의 모습도 있다. 신화 속 상상력을 발휘하여 찢겨진 민심을 바로 잡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한중기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