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지리산
다시 찾은 지리산
  • 경남일보
  • 승인 2020.08.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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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륜 (변호사)
 

 

필자는 진주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는데, 모두 한결 같이 교가에 지리산의 기상을 받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리산의 정기 내려’ , ‘보아라 하늘 높이 솟은 지리산’, ‘만고에 푸른빛이 가실 줄 없다. 이 기상 이 정신을 이어받아서’ 등등. 그 때문인지 어릴 때는 지리산을 자주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보이스카우트 행사로 천왕봉 일출을 보러 가기도 했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아직도 일출 광경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멋진 추억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 행사로 3학년 학생 전부가 1박2일 일정으로 천왕봉 등정을 하기도 했다. 바쁜 고3 시절에 이게 무슨 시간 낭비인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리산의 기운을 받은 덕분인지 주위 친구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했었다. 대학 다닐 때도 사법시험에 떨어지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몇 번인가 친구와 지리산에 올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되새기곤 했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지리산이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린 뒤로는 지리산과 인연이 조금씩 멀어졌다. 바쁜 직장 생활에 지리산에 갈 시간 자체가 줄었고, 연휴나 주말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을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간만에 긴 휴가가 생기면 유행처럼 해외로 가는 것을 선호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작심하고 지리산을 여러 번 찾았다. 대원사 계곡과 뱀사골 계곡에도 가보고, 웅석봉에도 올랐다. 서울 사는 동생네 식구들과 함께 지리산 펜션에 묵으면서 계곡물에 수영도 하고, 산책도 다녔다. 잡지에나 나올 법한 멋지고 근사한 펜션들이 지리산에 많이 생겼다는 것에 놀랐다. 지리산 외딴 기슭에 있는 맛집 주차장에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멀리서 온 차들로 만원이었다. 아~ 이렇게나 지리산에 좋은 곳이 많았구나. 어릴 때 운동장에서 열심히 부르던 교가 속 지리산 기상이라는 것을 이제야 체감한다고 할까나! 덕분에 이 여름을 씩씩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서울 사는 사람들 중에 63빌딩을 가보지 않은 분들이 꽤 많다는 걸 알고 놀란 적이 있었다(나는 63빌딩을 보려고 수학여행까지 갔었는데). 아마도 너무 가까이 있으니 다음에 가야지 하고 미루다가 결국 못 가게 되는 형국일 듯하다. 나에게는 지리산이 비슷했었나 보다. 가까이 있어서 한참이나 미루고 있었나 보다. 혹시 필자와 비슷한 분이 있다면, 이번 여름에 시간 내서 지리산을 한번 찾아가시기를 추천 드린다.

최영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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