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균열 조짐에 따른 몇 가지 관심포인트
권력 균열 조짐에 따른 몇 가지 관심포인트
  • 경남일보
  • 승인 2020.08.20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모 (논설위원)
권력누수의 시작일까. 대표적 친문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집값 오름세가 진정됐다’고 한 말에 토를 달았다.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가 다르다며 ‘체감 온도가 다른 걸 말하면 논란이 될 만’하다고 한 것이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검토 언급에 대해서는 국회가 논의토록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갭투자자와 다주택자를 너무 적으로 규정했다고 했다. 대통령 생각에 대한 엇박자들이다.

그동안 일사불란했던 여권 내부에 딴생각의 싹이 보인다. 여당 내 쓴소리의 상징어가 된 ‘조금박해’의 한 사람인 조응천 의원은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는 우리에게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정권의 태도가 내로남불이자 오만으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극렬지지층 앞에 위험천만한 자아비판이다.

진보 논객이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한몫한다. 그는 작년 조국 사태 이후 진보진영을 향해 틈틈이 날 선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엔 진보 원로학자 최장집 고려대명예교수가 현 정권의 이너서클을 혹평하고 나섰다. 운동권과 ‘빠 세력’ 결합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했다.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는 공수처법이 극히 위험하다고도 했다. 이들의 이탈과 비판에 친문은 배신감을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친문 그룹과는 다른 생각이 여권 내부에서 이미 꿈틀거리고 있다.

민노총도 최근 강경노선으로 정권을 남감케 하는 일이 잦다.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당권 주자를 비롯 정세균 총리, 추미애 법무장관 등은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나온 그린벨트 일부 해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일들을 두고 적어도 권력 누수 조짐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림없었던 목소리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목청은 전당대회 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식물 세계의 타감(他感)작용과 그 후속 현상을 떠올리게 된다.

초가을 강변 둔치 같은 데서 노란 꽃을 푸짐하게 피우고 있는 키 큰 양미역취 군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식물은 독성 물질을 내뿜어 주변에 다른 식물 발아와 성장을 방해하여 마침내 일대를 독차지한다. 이런 현상이 식물의 타감작용이다.

양미역취가 주변을 점령하여 자기 세상을 만들고 나면 거세던 기세는 곧 꺾인다. 주변을 몰아내고 난 뒤 공격 상대를 잃은 그 독성이 자기들을 서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자가 중독’이라는 타감작용의 후속 현상이다. 이 신기한 식물 세계 현상이 인간 권력 세계에도 존재하는 걸까.

합친 지가 오래면 반드시 나뉜다고 한 건 삼국지의 첫머리다. 최근 집권세력의 사례들에서 이 유명한 문구도 문득 떠오른다. 현 정권은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대한 국민들 반감을 타고 집권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지지율 속에 똘똘 뭉쳐 집권 20년, 50년, 100년을 외치던 그들이다. 그런데 3년여 만에 내부 분열 징후가 회자된다. 삼국지 첫 문장 합구필분(合久必分)과 함께 ‘이념무상(理念無常)’도 있는 건가 싶다.

보수를 ‘궤멸’시키다시피 한 집권세력은 관측자들의 말처럼 분열에 들어섰나. 만약 그렇다면 그 분열은 어떻게 전개될까. 대선을 1년 반 앞둔 시점의 이 같은 호기심은 꽤 흥미로운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진보 좌파진영은 다시 ‘끝까지 진보’와 ‘새로운 보수’로 분화될까. 하여 그들 중 어느 한쪽이 20년, 50년 집권을 이어갈지가 궁금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여당을 앞지른 지지율에 고무됐을 보수정당에도 눈길이 간다. 여권이 분열된다면 그 덕으로 권력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주의 민주당 전당대회가 여권 분열의 분수령이 될 개연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래저래 여러 가지다.

 
정재모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