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당선인과 무관심한 유권자
무책임한 당선인과 무관심한 유권자
  • 경남일보
  • 승인 2020.08.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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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 후보자들, 공약 남발
순수 봉사자리 스펙용으로 전락
유권자, 시간 지나면 공약 잊어
목적 잃은 선거…모두 반성해야
선거철이다.

고등학교의 8월은 1년 동안의 학생회가 마무리되고 2학기부터 내년 1학기 동안 학교를 이끌어갈 학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뽑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 시기마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먼저 간부의 자리가 순수 봉사의 목적이 아닌 스펙의 일부로 여겨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학생회장으로 선출되면 선생님들의 지지와 관심도가 높아지고 대외적인 활동 기회도 많아진다. 또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경우 자율활동이나 행동 종합의견에 들어갈 수 있는 항목인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는 자리이다.

실제로 작년 모 학교에서 학생회장을 하고 경희대에 입학한 선배의 경우 회장으로 당선된 고2 2학기 때부터 임기가 끝나는 3학년 1학기까지의 활동은 학생회장 활동의 ‘리더십’ 중심으로 이뤄졌다.

자소서의 내용 또한 학생회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채워졌다. 이런 이유로 학생회장 선거뿐만 아니라 반장, 부반장, 동아리 부장 등 많은 학생들이 공동체의 대표가 되기 위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학생들은 선거 공약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UCC 제작, 등교 유세 등 홍보에도 열을 올린다. 문제는 당선이 목적이다 보니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남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운동장에 인조잔디 설치, 사복 데이 실시, 핸드폰 사용 허락, 학생증에 체크카드 기능 설치, 생활복 제도 도입, 급식 추천제 등 학교 운영 교칙과 예산에 부합하지 않는 공약들을 통해 학생들을 현혹한다.

그렇다 보니 설령 당선이 됐다 하더라도 공약이 지켜지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선거가 끝나면 이에 대해 잊어버리는 것도 문제이다. 게다가 주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처음부터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학교 선거가 무책임한 당선인과 무관심한 유권자로 구성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회장이 선출된 후 부장과 차장을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선출한다는 것이다. 이때 공정한 심사를 통해 능력 있는 학생이 임명되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른바 ‘인맥’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회장 또는 부회장 선거 때 선거 운동을 도와준 친구를 부장으로 뽑는 사례가 많으며 A부에 지원했는데 회장과 부회장 측 학생이 동시 지원해 B부 부장으로 임명되는 웃지 못 할 사례도 발생한다. 실제 학생부 간부 당선인을 보면 학생회장의 선거캠프를 방불케 하는 인물로 구성되어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풍습이 학생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선거는 학생들로 하여금 후보자 검증, 정치참여 등을 통한 민주시민교육의 일부이다. 그러나 선거철마다 보이는 스펙 목적의 출마, 현실 가능성이 없는 공약, 무책임한 당선자, 무관심하고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유권자, ‘인맥’ 임명 등은 고교 선거의 목적과 괴리가 크다.

봉사의 자리를 단순히 입시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자와 비판의식을 가진 유권자, ‘인맥’이 아닌 실력으로 정당하게 학생회 임원들을 선출하는 당선인으로 이뤄진 학교가 되길 바란다.

/신기원 학생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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