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의무를 다한다는 것
[경일춘추]의무를 다한다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20.08.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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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두/경남서부보훈지청장

 

 
근대국가에서 법에 의해 국민의 의무를 최초로 규정한 나라는 영국이다. 우리나라도 1948년 공포된 건국헌법에서 교육 근로 납세 국방의 의무를 국민의 기본 의무로 정했으며, 이후 제5공화국 헌법에서 국민의 4대 의무 이외에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 적합 의무와 환경보전의 의무를 추가로 규정했다.

우리는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법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국민들 각자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면 국가의 발전도 어렵겠지만, 개인의 권리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대륙에 걸친 광대한 영역을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의 이야기 통해 기본적 의무 이행의 의미와 가치를 상기해본다.

오스만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지만 독일과 함께 패전국이 됐고, 1922년 터키 공화국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왕정체제가 폐지되어 왕가는 추방당했다. 당시 12세였던 마지막 황태자 오르한도 마찬가지 신세였고, 그는 신분을 숨긴 채 택시운전, 창고지기 등을 하면서 고행과 속죄의 나날을 보냈다. 70년의 길고도 험한 유랑 세월 끝인 1992년, 그는 겨우 귀국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대제국을 호령한 막강한 제왕이 한낱 초라한 노인이 되어 돌아왔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마음도 착잡했으리라. 국민들은 마지막 황태자의 노후를 조국 터키에서 보낼 것을 간청하였으나, 그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내가, 나의 부모가, 나의 선조가 나라를 잘 다스렸다면 여러분은 그 옛날의 부귀영화를 아직도 누리실 수 있을 텐데요. 나는 여러분의 사랑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땀을 흘리며 돈을 벌었고, 오스만 제국의 명예를 한 번도 더럽힌 적이 없습니다’ 라며 거절하였고, 이국의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쓸쓸히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전국적 감염 확산을 차단하고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는 등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개인별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야 말로 가깝게는 코로나 조기 종식에 기여하고, 멀게는 이역만리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순국선열과 70여 년 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으신 호국영령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한다면 지금의 국난 또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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