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사회적 거리두기와 교양독서
[경일칼럼]사회적 거리두기와 교양독서
  • 경남일보
  • 승인 2020.08.25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용욱/아름다운마을연구소 소장
비대면의 시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독서량은 과연 증가할까. 이 질문은 영국에서는 맞고 우리나라에서는 틀리다. 영국에서는 지난 3월 23일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이후 4월 15~16일 양일간 영국인 2,103명을 대상으로 국민들의 독서습관을 조사한 결과 외출금지령 이전보다 이후에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31%에 달했다. 독서량이 변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51%, 줄었다는 응답자는 3%였다. 특히 독서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은 18~24세로 45%가 독서량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오프라인 최대의 서점에서 실시한 올해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전체 매출의 56.3%, 오프라인 영업점에서는 43.7%를 차지했다.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한다. 출판시장 전체 역시 같은 동향으로 온라인 매출과 전자책 매출은 늘고 오프라인 매출은 줄어들었다.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레 책 구매의 감소로 이어져서 종합해보면 전체 매출은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부자습관'의 저자 토마스 콜리는 유동성 순 자산이 32억원 이상인 사람을 부자로 정의하고 독서습관을 살펴본 결과 그들의 88%가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고 주로 전문서, 비소설, 위인의 생애를 다룬 전기를 주로 선택하는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세계적인 부자로 알려진 워렌버핏도 여가시간의 80%를 독서로 보내면서 학생들에게는 특히 자기계발서, 경영서, 투자관련 도서를 정해서 매일 500쪽씩 읽기를 권고했다. 부자들은 독서 행태를 보면 독서를 시간 때우기로 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청소년 생활환경 연구에 따르면 상위 중산층의 부모는 문화적소양, 음악교육, 비판적사고, 생태의식을 심어주는 반면 하위 중산층 가정은 근면성, 준법성을 심어주는 등의 계층에 따른 자녀교육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부가 증가할수록 유용성을 따지는 질문은 줄어들고 대신 세련됨과 우아함에 집중하는 특징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학이 취업률로 서열이 매겨지다 보니 문화적 소양, 비판적 사고, 생태 의식을 심어주는 교양 교육이 줄어들고 어학시험과 자격증 취득에 기여하는 과목을 교양과목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대학 졸업생을 받아줄 일자리는 점점 줄어가다 보니 대학문을 나서는 그들이 직접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시대인데 말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21세기는 정보산업시대가 아니라 정보를 기반으로 무엇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이다. 즉, 기존의 지식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 창의적 연결, 다양성과 융합능력이 필요하다. 전공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목의 유용성을 넘어서 세련되고 우아한 교양을 쌓기 위한 전공이외의 자기만의 공부를 할 때 기존의 지식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융합하고 연계해서 새로운 컨텐츠를, 기발한 서비스를, 전에 없던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상류층들은 상호간에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들의 소비 행태는 비행기 좌석 구매 행태에서 알 수 있다.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의 앞뒤 공간은 78.7~81.3㎝미터이나 비즈니스석은 신형의 경우 약 2m짜리 간이침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계층의 차이를 나타내곤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지금 강제적으로 모두가 상류층이 누리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왕 강제적으로 호사를 누리는 김에 상류층처럼 문화적 소양을 늘리는 책을 읽음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게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