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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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0.08.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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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식(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 6개월째다. 신종 감염병과의 긴 투쟁 속에서 우리 삶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초, 중등학교 학생들은 분리 등교로 같은 반 학생들의 얼굴도 모두 알지 못한다. 대학가에도 큰 변화가 몰아쳤다. 대학교는 학생들이 전국 각지에서 오는 만큼 대면 개강시 코로나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대부분 대학이 3월부터 비대면 강의를 유지했다. 한 학기가 지나도 교수님 얼굴도 알기 힘들다.

코로나 사태가 언택트(Untact) 시대를 앞당겼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접촉하지 않고 회의와 업무뿐만 아니라 놀이까지 할 수 있는 시대다. 고도로 발달한 IT 기술은 초연결사회라는 말을 탄생시켰고 전 세계적 코로나 위기에도 인간사회가 붕괴하지 않도록 방파제 역할을 했다.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행할 수 있는 것, 학교가 실시간 비대면 강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모두 IT 기술 덕분이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런 풍경은 초등학생 시절 미래 세상의 모습으로 꿈만 꾸던 모습이었다. 강제로 그런 세상이 앞당겨진 지금, 우리는 정말 괜찮은가?

얼굴을 맞대고 온기를 공유하지 않아도 수업은 들을 수 있고 회의를 할 수 있고 새로운 사람을 채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수업에는 지식의 전달이 아닌 지혜의 공유가 일어나기 힘들고 회의에는 번뜩이는 생각이 튀어나오기 힘들며 면접에서는 사람의 미세한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 연결됐다고 하지만 완전한 연결이 아니다. 모니터 너머의 사람은 눈앞에서 숨 쉬는 사람에 비해 피상적이다.

미래 세상을 논하며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의 소멸을 예견하는 사람이 많다. 교사라는 직업도 항상 미래에 사라질 직업 상위권을 차지한다. 미래에 학생들은 집에서 Ai 교사의 수업을 들을 것이란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닫지 않았을까? 학생들은 학교에서 단순한 지식만을 배우지 않는다. 서로 부딪치고 교류하며 상호작용한다. 그러면서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그들의 시선을 가진다. 인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인간은 연결을 갈망한다. 접촉된 연결 말이다. 어쩌면 초등학생 시절 그리던 미래의 세상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조금 더 늦게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정우식(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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