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해제된 날
자가격리 해제된 날
  • 경남일보
  • 승인 2020.08.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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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 (진주시 상평동장)

 

드디어 4주간의 자가 격리에서 해제되었다. 코로나19 때문이기는 한데, 감염은 아니고 코로나19로 집합교육이 금지돼 온라인 재택교육을 마치고 출근하게 된 것이다. 직장인들이 확진자 동선에 걸려 집에서 좀 쉬어봤으면 하는 농담을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인지 덕분인지 4주간 자가 격리의 경험을 하게 됐다.

지난 7월 사무관 승진을 하고 상평동장으로 발령받았는데, 사무관이 되기 위한 관문으로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 5급 승진 리더교육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이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하던 중 7월 27일부터 4주간 교육을 받게 된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전북 완주군에 소재한 인재개발원이 아니라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교육을 받으란다. 허걱!

온라인교육이다 보니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연결이 끊어지기도 하고, 화상채팅으로 하는 분임토의도 너무 답답했다. 1, 2주차는 제발 집합교육을 해달라는 교육생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나도 그랬다. 강사님 말씀이 외국어로 얘기하는지 도통 귓속으로 입장을 않아 사이비 같은 사이버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원망을 해댔다.

그러던 4주의 시간은 어느새 지나가고 집콕에 완전 적응됐는지 출근 전날 밤은 월요병 증세가 느껴졌다. 직원들이 들으면 배신감 들겠죠? 선거 출마자처럼 동정운영계획을 쏟아내더니 월요병이라고 뒷담화 할지도. 재택 온라인교육은 집중력이 떨어져 지식습득에는 별 득이 없었지만, 휴가를 선물 받은 기분이기는 했다. 출근 단장도 필요 없고, 강의 시간에 커피를 마시거나 삐딱한 자세로 들어도 괜찮았다. 진주시는 교육생의 출장비도 절감했다. 온라인의 강점!

코로나19가 너무 많은 일상을 바꿔놓는다. 코로나19 이전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툴툴거리기만 한다면, 코로나 블루에 꼼짝없이 갇히게 될 것이다. 박완서 작가가 노년에 고장 나기 시작하는 신체를 슬슬 어르고 달래가며 병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얘기하던 수필 한 단락이 떠오른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지금은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강점만을 생각하며, 컨택트 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온택트 시대에 슬슬 적응할 수밖에! 자가 격리 해제된 날 첫 업무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서를 해당 시설에 전달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일이다. 다시 시작이다.

박경림 (진주시 상평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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