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폭염이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장마와 폭염이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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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남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팀장)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

무더위가 한 풀 꺾이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가을밤의 운치를 더하는 ‘처서’가 올해는 8월 23일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을의 시작을 ‘입추’로 느끼곤 하지만 필자는 더위 속에 있는 ‘입추’보다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처서’가 진짜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갈수록 ‘처서’를 가을의 문턱으로 느끼기엔 에어컨 실외기 소음이 현실을 깨닫게 한다. 52일간의 장마가 끝나니 폭염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장마라고 부르던 현상은 더 이상 장마가 아니고 한여름 불볕더위는 폭염특보에 더 익숙해진다.

‘어떤 사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상적인 결과나 그 구체적인 과정’을 우리는 시나리오라고 한다. 이 시나리오가 영화 속 작품에서만 활용되었으면 좋으련만 인류는 지구에게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만들고 말았다. 이번 장마는 그 시나리오 중 한 장면일 뿐이다. 이제 우리의 생활방식이 아닌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예상보다 더 빨리 우리를 주인공으로 만들지 모른다. 올해의 장마를 통해 기후 위기 현장을 목격한 필자는 과학에서 예측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정말 이런 날이 올까”라고 잠시라도 의구심을 가졌던 순간을 후회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교육을 하고 받으며 누구보다 더 많은 자료와 정보를 가지고 분석하는 필자도 이러할 진 데 ‘지구온난화’ ‘1도 상승’ ‘2도 상승’ 단어 정도로 국민들이 가지는 기후 위기 인식은 과연 얼마나 그 위험성을 알 수 있을까!

지금 기후 위기에 대해 필자에게 가장 우선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민감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 국민들에게 코로나19가 주는 공포처럼 기후 위기가 가져올 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사실을 알리고 싶다. 올해 경남에 큰 피해와 상처를 준 장마가 북극곰의 서식지 파괴와 호주의 산불보다 더 큰 기후 위기 현장으로 인식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큰 집안에서 각자의 작은 집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큰집이 서서히 허물어진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집이 결코 안전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결국은 북극곰 서식지의 안전이 기후 위기가 완화되는 증거임을 알고, 북극곰의 안전과 우리의 안전이 별개가 아님을 인식할 때 진정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변화가 시작되리라 믿는다. 기후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위기이고 이 위기를 모두 함께 인식한다면 빨리 바뀔 수 있는 힘도 실천력도 커질 것이다. 정치적인 목소리나 방향보다 객관적인 과학의 자료와 목소리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찾아 습득하고 실천해 나가자, 그래야만 미래 후손뿐 아니라 우리의 노후도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효남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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