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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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아이가 묻는다.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예요?”

“다리 밑에서 주워 오거나 황새가 물어다 줘”, “크면 저절로 알게 돼” “화분에 씨앗 심고 아기가 쑥쑥 자라기도 하지 ”하지만 요즘 부모들 중에는 이렇게 답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대부분 과학적 지식을 기반하여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되어 아이가 된단다” 정도로 답한다.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그럼 엄마, 그 난자와 정자는 어떻게 만나는 건가요?”라고 묻는다면 역시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과학적인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다들 어떻게 답하셨는지 궁금하다. 혹 정답을 못찾은 분의 변명은 “쪼끄만 게 어디서 그런 걸 궁금해 해!”뭐 이런 대답일까?

요즘 부모들은 이럴 때 많이 찾는 교재가 그림책이다. 아이와 부담없이 성교육차원에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아이에게 그림과 함께 설명해 주는 것이 전달력도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그림책은 아이의 눈높이를 고려해서 사람 대신 새와 알이 등장하고 꽃과 화분이 등장하며 사람이 주인공일 경우 행동이 정확해서는 안되고 신체의 일부는 사실적이면 안되니 모자이크로 처리된 책이여야 할까?

이번 나다움 어린이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페르 홀름 크누센지음.담푸스 출판)’가 아이들의 성교육 책으로 금서가 된 이유는 행동이 정확히 표현되고 사실적인 묘사 때문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1971년에 덴마크에서 출판되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책이다. 덴마크에서는 1972년 아동문화부문상까지 받은 책이며, 여러 나라에 우수도서로 번역, 출판되었다. 하지만 2020년 여성가족부는 교육교재로 선정하여 학교에 배포하였다가 김모 국회의원의 “조기 성애화 우려까지 있는 노골적인 표현이 있다”고 문제삼자 다음날 전량 회수하였다. 아이들의 금서라는 딱지가 붙은 셈이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은 생략한 채 일부 그림과 설명만을 부각시켜, 마치 아이들의 성관계를 부추기는 그림책으로 호도한 것은, 내용을 알지 못하는 정치인의 맥락없는 행동이라는 비판과 함께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편 여성가족부도 섣부른 행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어느 나라든 문화, 관습이 다르므로 모든 교육을 동일하게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덴마크와 우리나라의 50년의 간극은 우리의 성교육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올바른 성문화 조성을 위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더 노력해야하는지 깊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장에 나가는 성교육선생님들이 인터넷 상황에서 알게 되는 성 지식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설명하며 성교육은 학교에서 배워야지 하면 청소년들은 모두 다 웃는다. 현실은 그 웃음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숨겨야 하고 누군가는 알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성규범이 가진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실의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 온라인 수업으로 더 많은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 어느때 보다 많은 음란물을 만나게 된다. 얼마전에는 성착취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로 전 세계가 떠들썩 했다. 성폭력의 문제는 성교육과 연결되어 있다. 성은 생명 존중과 배려라는 인권의 문제이기에 더 신중해야 한다. 이것을 호기심으로 왜곡되게 배울 것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성교육 정책을 펴야하는 이유다. 생명에 대해 배우고 인권존중과 성평등이 실현되는 성교육 환경을 위해 모두가 미래의 가치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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