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상소문(上疏文)
[천왕봉]상소문(上疏文)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3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효 (논설위원)
때아닌 상소문 논쟁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상소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졌다.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7조(時務七條) 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글이다. 여기에 반박글, 재반박글이 잇따르면서 상소문 공방은 증폭된다.

▶조씨는 상소문 형태의 ‘시무7조’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세금을 감하고, 이성과 실리를 중히 여기고,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고, 헌법의 가치를 지키며, 스스로 일신하라고 조언했다.

▶500년 세월을 거슬러 왕을 꾸짖은 남명 조식 선생의 ‘단성소(丹城疏)’가 오버랩된다. 선생은 “소관(小官)들은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고 대관(大官)들은 매관매직으로 뇌물을 긁어모으는 데 혈안이며 내신(內臣)들은 파당을 세워 궁중의 왕권을 농락하고 외신(外臣)들은 향리에서 백성들을 착취하여 이리떼처럼 날뛰고 있다”며 무능한 왕을 꾸짖었다.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당파싸움과 특권계층의 부정부패, 피폐해진 국민의 삶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상소에도 깨우치지 못했던 왕과 대신들 탓에 남명 사후 20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500년 전 나라의 어지러움이 지금 똑같이 되풀이된다. 부디 충정어린 상소를 내치는 어리석은 군주가 되지 않기를….

정영효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