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문턱에서
구월 문턱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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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규 (함안 삼칠농협과장)
 

 

여행은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의 이미지는 풍경, 기억, 추억, 사랑, 행복, 즐거움 등으로 남는다.

아직은 태풍이 위력을 떨치고 있지만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여름은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사람들의 발이 묶였다. 발이 묶인 정도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렸다. 하동 합천 등지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가옥이 침수되고 소와 돼지도 떠내려갔다. 이후에도 폭염이 시작되더니 태풍이 연이어 올라온다.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여행의 기억이라고는 잠시 볕든 어느 날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던 기억밖에 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여유로운 경험과 행복을 느꼈다.

이제 그 여름은 가고 구월 가을의 문턱에 섰다. 새로운 계절을 보내고 맞는 변화는 우리의 일상이다. 가을은 저쪽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 오는 것이기에 기다림도 인생이다.

떠나지 못한 여름, 이제 이 가을날 고향을 찾거나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국내 여행지를 찾아가보는 것도 이 답답함을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향마을 어귀 길을 따라 모롱이를 돌아 들어가면 작은 벼논에 알곡이 익어갈 것이고 과원의 열매는 제 빛깔을 찾을 것이다.

이 계절 저무는 강가에 서서 넘어가는 붉은 해를 바라보는 묘미도 좋을 것이고, 둑방을 따라 산들바람 맞으며 걷는 묘미도 좋다. 무심하게 잠잠한 늪가에 앉아 옛 기억을 떠올리며 사색을 즐기는 것도 좋다.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둑방길을 걷노라면 발아래 황금들녘이 바람에 일렁인다.

엄마 품처럼 너그러운 고향 땅, 황금빛 들판이 바라다 보이는 산등성이에 앉아 힘들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새로운 날을 다시 설계해 볼일이다.

아직 코로나가 계속되고 있고 10호 태풍 하이선도 다시 올라오고 있다. 그야말로 잠시도 숨을 쉴수 없는 답답한 날의 연속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러한 시련을 이겨 낼 것이고 코로나도 조용해질 것이다. 어렵고 힘들고 답답하지만 잠시의 여유를 갖고 우리 주변에 여행지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동안 찾아보지 못했던 곳으로 짧은 여행을 하며 마음의 쉼표를 찍어보자. 풍경 기억 추억 사랑 행복 즐거움을 느끼도록….

강동규 함안 삼칠농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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