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풀꽃
[주강홍의 경일시단] 풀꽃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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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윤석산

육교(陸橋) 한 구석

풀꽃 한 송이

어디서 묻어와 싹이 큰 겐지

무슨 힘으로 꽃을 피웠는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꽃을 피우며

화판(花瓣) 가득 슬픈 하늘을 담으며

그가 보아 온 걸 안다

그가 참아 온 말을 나는 안다

‘인간은 말하지 말라. 말하지 말라!’

울고 싶도록 내려앉은 하늘 아래

오늘도 말이 없는

풀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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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콘크리트 틈새에 뿌리를 내린 풀 꽃 무리.

타이어의 압사와 어느 청소부의 삽자루 끝에 걸려있는 생이 위태하고 처연하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하필 그 날 그 시간에 어떤 작용에 의해 정착한 환경에 얼마나 할 말도 많고 비통할까.

그것을 운명이라 탓하기에는 감당할 몫이 너무 커고 본인으로서는 애닯다.

비교대상에서 탄생의 몫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당사자에겐 불공평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인류사는 그렇게 이루워졌고 또 그렇게 갈 것이다

할말이 없는 , 할 말이 참으로 많은 풀꽃 한 송이의 사연을 듣는다.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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