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풀꽃
[주강홍의 경일시단] 풀꽃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6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풀꽃  /윤석산

육교(陸橋) 한 구석

풀꽃 한 송이

어디서 묻어와 싹이 큰 겐지

무슨 힘으로 꽃을 피웠는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꽃을 피우며

화판(花瓣) 가득 슬픈 하늘을 담으며

그가 보아 온 걸 안다

그가 참아 온 말을 나는 안다

‘인간은 말하지 말라. 말하지 말라!’

울고 싶도록 내려앉은 하늘 아래

오늘도 말이 없는

풀꽃 한 송이.

-----------------------------------------------------

갈라진 콘크리트 틈새에 뿌리를 내린 풀 꽃 무리.

타이어의 압사와 어느 청소부의 삽자루 끝에 걸려있는 생이 위태하고 처연하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하필 그 날 그 시간에 어떤 작용에 의해 정착한 환경에 얼마나 할 말도 많고 비통할까.

그것을 운명이라 탓하기에는 감당할 몫이 너무 커고 본인으로서는 애닯다.

비교대상에서 탄생의 몫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당사자에겐 불공평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인류사는 그렇게 이루워졌고 또 그렇게 갈 것이다

할말이 없는 , 할 말이 참으로 많은 풀꽃 한 송이의 사연을 듣는다.

(진주예총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