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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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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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우리말 삼국지를 읽으면 관우가 영웅 중에 영웅으로 다가 온다.

9척 장신에 적토마 높이 앉아 82근 청룡언월도를 치켜들고 대추 빛 얼굴에 검은 수염 휘날리며 적진에 뛰어 적장 목을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한다. 과연 그의 진면목은 어디까지인가!

삼국지는 진수가 3세기 말에 편찬한 위촉오 삼국의 역사서이며, 주원장과 같은 시대 나관중이 오래 동안 삼국지에 관련되어 입으로 전해 온 이야기, 창극 및 사료를 각색하여 삼국지연의라고 하였다. 나관중은 훗날 오해가 있을까 우려 되어 책 제목에 ‘연의’를 사용하였다. 독자에게 역사서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 삼국지에 관우를 살펴보자.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적토마는 동탁과 여포, 조조를 거쳐 관우가 넘겨받아 탔다. 적토마는 온몸이 불붙은 숯처럼 붉고, 잡털 하나 섞이지 않았는데 머리에서 꼬리까지 1장이요, 발굽에서 목까지 높이가 여덟 자였다. 우렁차게 우는 소리에 공중으로 솟고 바다로 뛰어드는 기상이 있었다.

적토마는 관우와 함께 마충에게 사로잡혔다. 손권은 관우를 죽인 뒤 말은 마충에게 돌려주었다. 마충은 뽐내며 타고 다닌다. 어찌된 셈인지 풀 한포기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다가 며칠 뒤 끝내 죽고 말았다.

삼국지 위서 여포전에, “여포는 적토라고 불리는 좋은 말 한필을 가지고 있었다.”(당시 사람들은 “사람 가운데 용장 여포가 있고, 말 가운데 명마 적토가 있다”라고 했다.)

적토마는 대단한 명마라는 내용만 있을 뿐 관우가 탔다는 말은 없다. 적토마는 무려 39년 넘게 위용을 유지한 것으로 계산이 된다. 오늘날 명마의 전성기를 10년 이내로 보는바, 적토마의 전성기간은 과장되었다.

척(尺)은 손가락을 넓게 펼친 모습에서 유래되었다. 진나라는 수레바퀴의 폭을 6척(135cm)으로 통일하였고, 한나라 때는 23㎝, 우리말 삼국지에 ‘삼국시대 24㎝ 정도’라 하였다. 환산하면 관우 키는 202㎝, 207㎝, 216㎝이다. 이 같은 신장에 82근 청룡언월도로 무장하고 적진을 휘젓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사후 여러 번 각색을 거듭하다 부풀어진 키를 나관중이 9척으로 표기한 것이다. 어느 시대를 기준으로 9척이라는 말이 없으니 허수만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삼국지에 청룡언월도에 관한 기록은 없다. 언월도는 송나라 초기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삼국시대에는 무기로 사용될 수 없었던 것이다.

관우가 화살에 오른팔을 다쳐 마침 지나가던 화타가 치료해 주었다! 역시 나관중의 소설적 표현이다.

삼국지 촉서 관우전, 관우는 화살에 왼쪽 팔이 꿰뚫린 적이 있었다. 상처는 나았지만 구름이 잔뜩 낀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뼈에 통증이 왔다. 의원이 “화살촉에 독이 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팔을 찢어서 뼛속의 독소를 없애면 통증이 사라질 것입니다.”

관우는 왼팔을 펴고 의원에게 째도록 하고 장수들을 초청하여 연회를 열었다.

보여주기 식 갑옷에 대한 묘사도 보인다. 갑옷을 입히고 입혀 뒤뚱거려 부축을 받아 말에 오르고, 적토마는 안장이 무거워 엉거주춤하고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왼손에 걸치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삼국지연의를 우리말로 옮긴 책을 ‘소설 삼국지’라고 하자. 소설 삼국지로 알고 읽어야 한번 빠지면 스스로 헤어나기 어려운 나관중의 ‘상상의 늪’에 가라앉지 않고 허구를 문학적 표현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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