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폭 200년 빈도 확장과 댐 수문 전문가 양성 시급
강폭 200년 빈도 확장과 댐 수문 전문가 양성 시급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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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지난달 8일 섬진강·용담댐·합천댐·남강댐 등 하류지역 수해는 ‘인재(人災)·관재(官災)’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환경부 댐 관리조사위원회와 수자원공사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수해 발생 원인과 댐 관리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수마가 할퀴고 간 하류주민들은 논밭·주택·상가의 침수, 42명의 인명피해·1만 여명의 이재민·수확직전 농작물·가재도구·상품·180만 마리의 가축 등 막대한 재산피해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댐 하류지역의 홍수는 댐 방류관리를 잘못한 ‘인재’에 기인했다는 것이 지자체와 지방의회 조사결과에서 나오고 있다. 하도 급해 겨우 몸만 빠져나오면서 집도, 가재도구도, 소도, 농작물도 다 쓸어간 피해지역은 어떻게 살지 망연자실, 막막하다. 여야 의원들은 “댐 하류지역 수해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주장에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이번 홍수는 천재이자 인재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구멍 난 수자원공사의 댐 관리 잘못인 계획방류량 초과로 하동 화개장터 등 하류의 엄청난 수해는 댐 준공 이후 처음이다. 수량, 수질관리 등 물 관리의 주무 부처는 환경부이지만 제방 등 하천 시설 관리는 국토교통부의 업무다. 환경부가 물 관리를 맡은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큰 물벼락을 당한 것을 보면 대처에 미숙한 점은 없었는지, 부처 간 유기적 소통이 이뤄졌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홍수 범람으로 유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본 섬진강은 유역관리청이 없고, 관리 주체는 수공이지만 한국농어촌공사도 댐 용수를 함께 사용해 왔다. 각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댐 방류관리에 실패한 건 아닌지도 밝혀내야 한다. 물을 돈으로만 간주, 홍수경보 발령 시 수위를 미리 60% 이하로 낮추지 않고 있다 갑자기 만수위를 채운 뒤에야 대피시간도 안주고 방류했다. ‘수공이 터트린 물 폭탄 방류’로 인해 생긴 수해였는지를 따져, 엄벌하고 서울 망원동 같이 배상해야 한다.

현재 1만1500여 개 댐 관리 주체는 제각각이다. 홍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환경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2018년부터 기존 수질관리와 수자원·홍수관리업무까지 환경부로 넘어갔지만, 하천 시설 설치와 관리는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다. 실개천~하천~강 하구까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하천 관리가 어렵다. 환경부 내도 물 관련 업무가 3개 국에 나눠져 있다. 홍수 담당 부서는 수자원관리과, 상수도 담당은 물 이용기획과가 맡고 있다. 물 관리 체계가 여러 부서라 홍수 통제와 하천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어려운 만큼 체계를 재정비하는 문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도시 홍수’도 빈번해지고 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땅에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빗물이 스며들 곳이 없어 금세 침수되고 있다. 공지·간선도로 밑에 빗물저장시설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집중호우 때 댐 방류량 조절 실패와 홍수 피해가 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예측하지 못한 집중호우와 긴 장마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정부·지자체의 땜질식 늑장처방도 ‘예고된 인재’를 양산했다. 기상청의 오보와 한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하천이 200년 강우빈도 폭이 아닌 100년 이하인 것도 수해를 키웠다. 하천의 토사준설과 함께 연차적으로 강·하천 폭을 200년 강우빈도로 확장과 폭우 때마다 지역의 강우특성에 맞는 댐 관리 규정과 수문조절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폭우를 동반한 태풍 때 하루에 500~1000㎜가 쏟아질 수 있다는 기후이변현상을 감안, 대응해야 한다. 올 재난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기후재난’의 판도라 상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재앙이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앞날이 캄캄하다. 치산치수는 지도자의 핵심 임무다. 국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편안하게 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했다. 정부는 역대급 장마 탓, 4대강 탓, 과거 정부 탓을 하지 말고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자연재난 사각지대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이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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