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곤충, 식량자원
[농업이야기] 곤충, 식량자원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8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치원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농촌지도관 수의학 박사
곤충의 산업적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화분매개용이나 천적, 학습·애완용을 넘어서 최근에는 식용과 사료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백강잠, 누에(번데기), 메뚜기, 갈색거저리(유충),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 쌍별귀뚜라미(성충), 아메리카왕거저리(유충), 수벌 번데기 총 9종이 식약처로부터 식품 원료로 등록되어 있다. 아울러,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양계농장에서 곤충사료 급이 시험을 시행한 결과 질병 발생률이 줄어들고 성장 속도는 빨라져, 대체 사료로서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메뚜기를 잡는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이 격언은 아무리 잽싼 메뚜기라도 선선한 아침나절엔 둔해 잡기 쉽다는 전통 지혜와 함께, 곤충을 먹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도 메뚜기나 누에 번데기를 먹는 오랜 습관이 있었음에도 최근 서구 식생활의 영향을 받아 식용곤충을 먹는 것을 혐오스럽거나 비위생적인 취향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곤충을 먹는 것은 차츰 세계적 관심사가 되어 “21세기는 곤충 먹는 시대, 사람이든 가축이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왜 곤충이 떠오르는 식량자원이 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는 90억에 달하고 이를 먹이려면 식량 생산은 현재보다 곱절로 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전년도 유엔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굶주림에 시달린 인구가 8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수억 명이 굶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지만, 농경지 확대는 한계가 있고 바다의 어장은 비어 가는 데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까지 겹치면서 식량공급이 심각해지고 있다. 곤충이 주목받는 건 새로운 식량자원이라서가 아니다. 이미 전 세계 20억 명이 곤충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을 먹지 않는 나라가 오히려 예외일 정도이며 무려 1900여 종이 식량으로 쓰인다.

또한, 곤충이 식용으로서 가치를 밝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영양적 우수성이다. 곤충은 육류와 비슷하게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탄수화물과 지방이 풍부하고 철·아연·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영양성분은 곤충의 종류나 성장단계, 서식지의 먹이 등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의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은 소나 돼지보다 높아서 등푸른 물고기에 견줄 만하다.

지구에서 알려진 생물의 절반 이상이 곤충이며 기록된 것만 100만 종, 전체는 600만∼10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은 5000여 종에 불과하며, 곤충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은 근거가 희박하다. 가장 인기 있는 곤충은 나비나 나방 애벌레, 벌, 개미와 흰개미, 메뚜기, 귀뚜라미, 매미, 잠자리, 파리 등이다. 이러한 곤충은 사람이 직접 먹거나 가축 사료로 쓰이는데, 영양가가 뛰어나고 친환경적이며 가난한 곳에서도 별다른 기술과 자본 없이도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곤충은 사료용으로도 이용가치가 높다. 가축보다 사육 면적이 넓지 않고, 한 번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알을 낳는 데다 1년에 4차례 정도 새로운 세대가 나와 생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동애등에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으며, 슬로바키아에선 돼지 분뇨로 구더기를 키워 물고기를 양식하는 시험공장이 있으며, 네덜란드에선 갈색거저리 애벌레와 메뚜기를 냉동 건조해 사료로 만들고 있다.

곤충을 사료 단백질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크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에서는 이러한 곤충을 상용화하려 노력을 하고 있고, 전 세계의 많은 국가가 규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어 잠재적으로 큰 성과가 기대된다. 곤충은 좁은 의미에서 사료 자원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식량자원이기 때문이다.




 
노치원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농촌지도관 수의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