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세 치 혀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세 치 혀의 가벼움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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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가수 故 신해철의 노래인 ‘일상으로의 초대’의 한 구절이다. 이 곡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요즘 가사를 다시 들어보면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의 조각들을 그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유례없는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여념이 없는 동안 지구 반대편 이란에서는 5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공업용 알코올을 마시고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경기도 성남시의 한 교회에서는 신도들이 소금물이 든 분무기를 공유해 서로의 입에 뿌려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두 사건의 공통적인 원인은 바로 ‘가짜뉴스’, 적확한 표현을 고집하자면 ‘허위·조작 정보’ 때문이다. 공업용 알코올과 소금물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현 상황도 크게 달라진 바 없다. 정부가 허위정보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여전히 근거 없는 허위정보가 생산되며 방역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8월 초, 서울 성북구 모 교회에서는 ‘방역 당국이 해당 교회 교인들에게 고의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내려 탄압한다’는 허위정보가 나돌았다. 9월 초에는 누군가가 한 SNS 운영자가 제작한 맛집 목록을 코로나 확진자 방문 식당 목록으로 둔갑시킨 후 각종 포털에 확산해 경찰이 수사에 돌입했다. 이 얼마나 반지성주의적이고 몰지각한 작태인가.

세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말조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말 한마디가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인간의 혀는 작은 조직에 불과하나 혀에서 나온 말은 큰 힘을 갖는다. 누군가가 섣불리 던진 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각종 풍문과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시키고 혼란을 일게 한다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약 9㎝밖에 되지 않는 짧디짧은 혀로 그간에 쌓아 올린 공동체의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으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하루빨리 모두가 잃어버린 일상의 조각을 되찾기를 소망한다.
 
이예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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