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23)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23)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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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교육계의 별 허만길 박사의 살아온 길(8)
허만길 박사는 ‘한국국보문학’(2020년 4월호)에 <진주의 4.19혁명 상황과 허만길의 선언문 회고>를 발표했다. 허박사는 1960년 4.19 당시 진주사범학교 3학년 학생위원장으로 그 운동을 주도한 학생이었다. 그가 기록한 진주의 4.19혁명은 4월 17일부터 26일까지에 있었던 진주시내 학생데모의 개황이었다.

이 자료를 보면서 필자는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필자의 4.19는 그야말로 바라보는 4.19였기 때문이다. 허만길 박사는 앞에서 말한 대로 필자와는 진주중학교 1학년 한 반에서 공부했고 그는 고등학교를 진주사범학교로 갔고 필자는 진주고등학교로 가서 먼 훗날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끊기었다.

그는 여러 일을 하고 난 뒤 올해 4.19 60주년을 맞아 <진주의 4.19혁명 상황과 허만길의 선언문 회고>라는 긴 글을 발표한 뒤 그 책자를 보내왔다. 이 글을 보기 전에는 “진주의 4.19 어디 있는가?”라는 생각으로 4.19와 진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 저간의 필자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필자는 3.15선거일에 진주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공휴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았고 오전 11시 30분경 시내 종로 현 국민은행 뒷길 빵집에 들어가 있었다. 빵집까지 오는 길에는 3인조 5인조 떼를 지어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로 부산했다. 어째 혼자서 빵집에 갔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찐빵 3개를 먹고 났는데 빵집 라디오에서 12시 뉴스가 흘러나오는데 “마산에서는 학생들이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데모가 일어났고, 방어하던 경찰이 총을 쏘고 피를 흘리고 학생들이 쓰러지고…” 뉴스는 숨가쁘게 이어졌다. 내 머리는 뭣인가 망치로 두드려 맞은 느낌이었다. 자존심에 얻어 맞는 일격이었을까.

그 이후 필자는 3.15와 4.19를 말하면 그때마다 두드려 맞는 것이었다. 3.15나 4.19에 대해 시를 써달라고 할 때는 그때도 가벼운 일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진주가 어떤 진주인가? 진주정신으로 살아있는 곳이 아니던가. 3.15는 그런 역사를 의식하는 사람에게는 용납하기 힘드는 의거인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3.15기념사업회가 생기고 성역화를 할 때 1차로 3.15(4.19포함) 시비 조성을 하는데 거기 쓰일 시 작품을 선정하는 회의가 열렸다. 이광석, 박태일 두 분과 필자가 전국의 시인들 작품 중에서 10편을 고르는데 첫 번째 고려사항이 3.15의거 그 무렵에 쓴 작품을 우선해서 고른다는 것이었다. 아직 독재 정부가 물러서지 않고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을 때 말하자면 총알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때 쓴 작품이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3.15의거 시 1호는 김춘수의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였다.

“남성동파출소에서 시청으로 가는 대로상에

또는

남성동파출소에서 북마산파출소로 가는 대로상에

너는 보았는가…뿌린 핏방울을

베꼬나아의 꽃잎처럼이나 선연했던 것을…

1960년 3월 15일

너는 보았는가…야음을 뚫고

나의 고막도 뚫고 간

그 많은 총탄의 행방을…”

시인은 그때 마산 경남대학에서 잠시 강의를 맡고 있을 때라서 3.15투표는 못했을 것이 아닌가 한다. 3월 28일 국제신보에 발표되었는데 국제신보도 돋보이는 신문이다. 자칫하면 간판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을 감행했으니.

필자는 3.15 기념사업회에서 심사를 한 이후 더욱 ‘빵집’에서 3.15를 보낸 것이 수치스런 것으로 가격이 되었다. 그래서 진주의 4.19는 어째야 할까? 허만길 박사는 글을 논문형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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