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죽방렴 덮친 악몽…애타는 바다
삼천포 죽방렴 덮친 악몽…애타는 바다
  • 백지영
  • 승인 2020.09.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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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 수자원공사 항의 방문 “8월초 남강댐 방류로 쓰레기장”
완전제거 안돼 한달째 떠다녀… 어장 수리·보수비 지급 등 요구
지난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어로방식 ‘어살’의 대표격인 죽방렴 어장이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려 어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남강댐이 사천만 방면으로 5000t이 넘는 물을 방류하는 과정에서 바다로 떠내려간 쓰레기 문제가 한 달 넘게 지속하면서 어민들이 수자원공사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천포 죽방렴 어민 30여 명은 10일 오후 한국수자원공사 남강지사를 찾아 댐 방류로 인한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과 이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다.

전태곤 삼천포 죽방렴 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은 “수자원공사 남강지사는 부적절한 수위 조절로 인해 상류에서 유입된 폐목과 각종 쓰레기를 사천만 해역으로 방류해 국가 인정 어업문화유산인 죽방렴 어업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 위원장 등 죽방렴 어민들은 생존권 유지·보호를 위한 요구 사항을 박명기 남강지사장에 전달했으나 명쾌한 답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죽방렴 어민들은 지난달 7~8일 집중 호우시 댐 방류로 떠내려온 후 해안가로 밀린 쓰레기들이 만조 때마다 다시 바다로 유입되는 악순환으로 한 달째 사실상 생계가 끊겼다.

이날 항의 방문은 지난달 21일, 24일에 이어 3번째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민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바다에서 직접 수거해 마대 자루에 담은 부유물과 폐목 등을 트럭에 싣고 남강지사를 찾았다.

도착 직후 어민들이 해양쓰레기가 담긴 마대 자루를 건물 내부로 들고 들어가려 하자 남강지사는 출입문을 폐쇄하고 진입을 저지했다. 분노한 어민들이 출입을 요구하며 마대 자루 속 해양쓰레기들을 입구 근처에 집어 던진 후에야 출입문은 개방됐다.

한 60대 어민은 “하루 두 번 썰물이 들어올 때마다 쓰레기가 다시 떠밀려오는데 이를 밤낮으로 수거하지 않으면 죽방렴 발장이 넘어가 버린다”며 “예전에는 그래도 자체적으로 수거한 뒤 멸치를 잡을 수 있었는데 이번엔 한 달 넘게 쓰레기를 수거해도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멸치를 마지막으로 경매에 내놓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며 “다가오는 추석이 멸치 판매 대목인데 잡은 게 없으니 팔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어민들은 △방류로 떠내려온 폐목·쓰레기 즉각 수거 △부유 쓰레기로 파손된 어장 수리·보수비 즉각 지급 △ 방류로 인근 쓰레기 사전 청소와 철망 설치 등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그동안 해양쓰레기로 조업을 할 수 없었던 만큼 생업을 재개하기 위해 밤낮으로 폐목·쓰레기 수거 작업에 참여한 어민에 대한 인건비 지급도 촉구했다.

이들은 남강지사가 사천수협·삼천포수협을 통해 어촌계별 조합원에 해양쓰레기 청소비로 하루에 1인당 8만원을 책정하는 등 1억4000만원 상당을 주기로 한 것과 달리 수협 조합원이 아닌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청소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지사장은 “어장 피해 보상과 인건비 지급은 보상해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지자체·수협을 통해 보낸 위로금 이상을 지급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다.

복구 지원금에 대해서는 “남강지사 지원 사업비 범위 내에서 사천시에 배분된 수당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재발 방지 대책을 두고는 “앞으로는 집중호우·태풍이 오기 전 철망 보강이나 방류로 인근 하천 청소 등을 통해 쓰레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깔끔히 정리하겠다”며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답변에 대해 어민들은 “결과적으로 당장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명쾌한 답을 줄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한참의 소요 끝에 전 위원장과 1:1 면담을 진행한 박 지사장은 “짧은 시간에 확정적인 대답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답변을 드린 것 같다. 죄송하다”며 “본사에 건의해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보다 좋은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15일간 기다려 보고 여전히 원하는 답변이 오지 않는다면 그간 수거한 모든 해양 쓰레기를 가져와 정식 집회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며 자리를 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달 22일 사천시 삼천포 죽방렴 어장에서 어민들이 어장에 쌓인 부유 쓰레기들을 제거하고 있다. 죽방렴 어민 30여 명은 지난달 7~8일 집중호우시 댐 방류로 떠내려와 해안가로 밀린 쓰레기들이 만조 때마다 유입되는 문제가 계속되자 해결을 촉구하며 10일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지사를 항의 방문했다.
10일 오후 한국수자원공사 남강지사 앞에 삼천포 죽방렴 어민들이 뿌린 해양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날 어민들이 가지고 온 쓰레기 더미를 본 남강지사가 문을 폐쇄하자 분노한 어민들이 마대자루 속 쓰레기를 출입구에 집어던지고 나서야 출입이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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