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는 세종의 인사와 리더십
다시 생각해 보는 세종의 인사와 리더십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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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필자는 33년간의 공직현장을 졸업하고 이제는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막 2년차 새내기 교수로서 대학 생활의 묘미를 느낄 즘인데 불행히도 그렇지가 못하다. 코로나19가 대학생활도 확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도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다. 늘 고민하면서 도전하고 있는 학생들의 풋풋함이 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고독과 자유의 대학 캠퍼스를 마냥 걷고 싶다. 하지마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금단의 욕망이 이런 것일까.

이번 학기에는 인사행정론을 가르치고 있다. ‘인사는 만사인가, 리더십은 무엇인가?’가 던지는 화두다. 그 해답은 역사 속의 인사 이야기를 하면서 찾기도 한다. 바로 ‘세종의 인사와 리더십’이다. 많은 학자들은 세종시대 인사를 조선시대 최고의 인사행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체계화된 인사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세종은 제대로 된 인사를 하고자 세 단계의 절차를 거치도록 제도화 했다. 먼저 인사를 담당하는 이조정랑이 인사 대상자의 자질과 경력, 청렴도와 가족관계 등을 조사하는 ‘정가간택(精加揀擇)’의 단계에서부터 시작한다. 두 번째는 ‘경여평론(更輿評論)의 단계로서 이조 내부 관리들로 부터 인사 대상자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는 절차이다. 오늘 날 인사위원회와 같은 역할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중의부동(衆議孚同)‘의 단계인데 외부의 여론을 듣는 절차다. 오늘날 인사청문회제도와 비슷하다. 이러한 세 단계의 인사관리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적임자를 결정하는 세종시대의 인사시스템은 결코 현재의 인사시스템에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인사제도가 적재적소 인사, 능력중시 인사의 백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신의 즉위를 끝까지 반대한 황희 정승을 과감히 영의정으로 발탁하고, 관리가 될 수 없었던 천민출신 장영실을 중견 관리로 임명하는 파격 말이다.

세종의 인사행정이 최고로 평가받는 두 번째 이유는 그의 ‘경청 리더십’이다. 똑똑한 리더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리더들은 대개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 낸다. 그러나 리더가 화를 내는 순간 회의는 엉망이 되어 버린다. 열심히 받아 적거나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그나마 살아남는 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되풀이되는 회의 풍경이다. 세종의 취임일성이 ‘의논을 하자’였다고 한다. 각종 회의를 통해 국정을 논했다.

조선시대 국정논의의 장인 경연(經筵)을 한번 들여다보자. 경연은 오늘날 국무회의와 비슷한 것으로 고전강독을 맡은 언관,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재상들, 모든 것을 기록하는 사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최고 국정토론의 장이다. 이 경연에 태조는 23회, 태종은 80회 참가한데 비해 세종은 무려 1898회나 참여한 것으로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무릇 ‘회의 왕’이라고 칭할 만하다. 이 기록에는 왕들이 화를 낸 것도 기록되어 있다. 태종은 한 달 평균 0.46회, 영조는 0.3회 정도 화를 낸 것에 비해 세종은 0.06회, 정조는 0.03회로 세종과 정조의 탁월한 감정관리가 어떠했는지도 알 수가 있다. 바로 회의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 경청의 리더십이 세종 리더십의 요체인 것이다.

지금에 와서 세종의 인사와 리더십이 다시 생각나는 것은 갑갑한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리더의 잘못은 역사에 대한 범죄라 하지 않았던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순간이다.
 
오동호(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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