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초승달
[강재남의 포엠산책]초승달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3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승달/김경미

얇고 긴 입술 하나로
온 밤하늘 다 물고 가는
검은 물고기 한 마리

외뿔 하나에
온 몸 다 끌려가는 검은 코뿔소 한 마리

가다가 잠시 멈춰선 검정고양이
입에 물린 생선처럼
파닥이는 은색 나뭇잎 한 장

검정 그물코마다 귀 잡힌 별빛들

나도 당신이라는 깜깜한 세계를
그렇게 다 물어 가고 싶다



------------------------------------------------------------------

초승달에 끌려가는 다양한 형태의 어둠, 어둠은 검은 물고기 코뿔소 고양이 귀 잡힌 별빛들 그리고 싱싱한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나뭇잎. 초승달에 걸린 나의 상상이 시적 언어가 되어 흥성거립니다.이 경쾌한 어둠에 끌려가면서 결코 경쾌할 수만 없는 것은 당신의 세계가 무거워서겠지요. 많은 어둠에 걸린 것과 초승달은 당신과 내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겠습니다. 우리는 닮은 감성을 가졌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사물에 눈을 두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어둠이든 어둠으로 연명하는 빛의 조각이든 말입니다. 초승달에게로 가닿은 시선에서 당신을 읽습니다. 당신이라는 세계를 다 물어 가고 싶은 당신은 나의 당신이기도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