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오바이러스 종식의 교훈
폴리오바이러스 종식의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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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5일 아프리카 대륙의 폴리오바이러스(소아마비) 박멸을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와중에 나온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 아프리카 대륙 47개국에서 척수성 소아마비가 사라진 것은 WHO가 아프리카에서 소아마비 퇴치 캠페인을 벌인지 24년 만이고, 폴리오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된 지 65년 만의 일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마침내 폴리오바이러스 청정지역이 된 것이다. 소아마비 환자는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년 50만 명이 감염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까지 매년 2000여 명이 감염되다가 1984년 이후로는 한 명도 발병되지 않아 2000년 10월 소아마비 종식을 선언했다.

원자폭탄만큼이나 두려워했던 폴리오바이러스가 마침내 자취를 감추게 된 데는 인도주의적 봉사와 연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7년간의 연구 끝에 폴리오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미국의 조너스 소크 박사는 천문학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백신 특허권을 포기하고 유명한 명언을 남긴다. 1955년 4월 12일 그는 “특허 같은 것은 없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것인가”라며 특허를 팔지 않았다. 개인의 이익보다 공익을 더 중요시해 전 세계에 무료로 백신을 배포했고, 오늘날 소아마비가 종적을 감추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강대국 중심의 자국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는 오늘날 코로나19 백신개발의 지향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무료백신 보급과 함께 폴리오바이러스 박멸의 추동력은 연대의 힘에서 나왔다. 1988년 민간·공공 파트너십으로 구성된 ‘소아마비 퇴치 글로벌 이니셔티브(GPEI)’가 결성되면서 소아마비 박멸의 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는 WHO,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니세프, 주요 국가 정부와 함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국제로타리가 참여하고 있다. 민간봉사단체와 공공기관의 연대는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특히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국제로타리와 2대1 상응 기부 형식으로 올해까지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금을 기부했다.

전 세계 200여 개 국 123만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국제로타리는 1985년 ‘폴리오 플러스’ 프로그램을 론칭해 122개국 25억 명의 아동들에게 백신을 투여했다. 18억 달러 이상의 재정재원과 함께 자원봉사를 펼쳐 전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72억 달러 이상을 소아마비 퇴치 예산으로 투입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코로나 극복에도 ‘폴리오 플러스’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로타리 회원들도 지난해 46만 달러를 기부한 것을 비롯해 매년 30만 달러 이상의 기부와 국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조너스 소크 박사의 무료 백신개발로 치료의 길이 마련된 후 ‘소아마비퇴치 글로벌 이니셔티브’ 파트너들은 지난해까지 125개국 35만 명에 이르던 소아마비 감염자 수를 99.9% 감소시키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봉사와 연대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것이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오늘날 조너스 소크와 같은 인도주의적 헌신은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WHO는 코로나19백신에 특허권을 등록 하는 대신 전 세계가 백신을 공동개발하자고 제안했지만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나 주요 국가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백신의 특허권부터 등록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부자나라에서는 백신물량 공급 선점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코로나 국면의 특허권 보호는 팬데믹 사태를 장기화 시킬 수 있다. 인류의 공존을 위하여 폴리오바이러스 종식을 교훈삼아 코로나19를 지혜롭게 극복했으면 한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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