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김은아 대위의 머리카락
[천왕봉]김은아 대위의 머리카락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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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해군교육사령부에 복무중인 김은아 대위가 4년간 곱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소아암으로 머리털이 없는 어린이들의 가발용으로 기증했다고 한다. 김 대위는 ‘사랑은 나누는 것’이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배려심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아마추어 농구에는 ‘카일리 룰’이라는 ‘로컬 룰’이 있다. 근육종을 앓고 있는 11세 소녀 카일리는 농구선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몸싸움이 격렬한 농구경기는 꿈도 꾸지 못하고 혼자서 자유투로 대신하고 있었다. 이를 안타까워한 지역 농구계가 이 소녀가 자유투만으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룰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미국 전체로 번졌다고 한다.

▶아빠찬스와 엄마찬스로 사회가 어지럽고 ‘내가 누군데’라며 조그마한 권력도 마구 휘두르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같은 배려는 하나의 감동이다. 그리고 지금 각박한 세상 속에서 김 대위의 행동 역시 결이 다르다.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것은 보통의 결심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쉽지 않은 결심이다. 배려의 미학이다.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불편하다. 그렇지만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만 더해지면 추석이 더 나은 추석이 되지 않을까. 배려는 자신의 희생과 불편을 감수하는데서 출발한다. 우선 사고의 출발점이 그 결을 달리한다. 김 대위의 머리카락은 조만간 완치 후 촘촘하고 고운 머리카락을 기대하는 소녀들의 머리를 대신할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그래도 가슴을 데워주는 김 대위와 같은 결다른 배려심이 존재해 희망의 끈을 잇는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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