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심의 마음가짐으로
삼심의 마음가짐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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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 진주장애인복지센터소담마을 원장
 

사무실 책상 위에는 지난 6월에 받은 편지 한 통이 보관돼 있다. 그 편지를 보내 온 분의 마음을 되새기고자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5일 등기로 받은 편지에는 지난 6월 개최한 총회에서 의결 된 시설 이전을 위한 부모님들의 자발적 후원에 대한 개인적 상황과 여건에 대한 애로사항과 미안함을 보낸 온 것이다.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부모의 죄책감에 편지를 읽어 가는 나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을 위해서는 단 한 푼이라도 단 한 조각의 빵이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 심정이리라 생각된다.

언젠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과 상담 중 “장애 자녀보다는 하루라도 내가 더 살았으면 한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장애 자녀를 돌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부모나 보호자에게 또는 친·인척이 부담 하여야 하는 현실에 남보다는 부모인 본인이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요건들이 좋은 환경 일 때와 그렇지 못하고 힘든 시기를 겪을 때도 있다. 각자 마다 처해져 있는 현실의 상황이 다르고, 나름대로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4~5년 전 시설 장애인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님도 유명을 달리하셨다. 어머님이 임종 전 장애 자녀를 잘 챙길 것이라는 유족 분들의 말씀에 어머님께서 마지막 눈물을 흘리시면서 운명 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생전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도록 하지 못한 것에 미안함과 나 자신에 대한 무력함까지 들기도 하였다.

장애인 부모들이 생전에 자녀들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이고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부모님들과 함께 독도 여행의 기회를 통해 생전에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부모님들은 걱정한다. 멀미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우리 아이들이 뭘 안다고.

염려와 걱정에 대한 의견도 많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갈 생각이다. 언제쯤 실행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빠른 시일 내 다양한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자 한다.

책상 위의 손 편지에는 힘든 병마와 모질게 싸우고 있으면서도 자녀를 위해 힘들게 써 내려간 모정에 안타까운 마음과 눈물로 써 내려 간 편지지를 조심스레 바라보며 삼심(三心·초심 중심 진심)의 마음을 가지고 또 다른 추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도록 나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다짐해 본다.

박철수 진주장애인복지센터소담마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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