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
난형난제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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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에서 세 자식이 나니 가운데 녀석은 양쪽이 반반하구나. 가을이 되어 앞서거니 뒤따르거니 떨어지매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모르겠네(一腹三生子 中者兩面平 秋來先後落 難弟又難兄)’. 요즘처럼 가을날 밤송이가 벌어 알밤이 저절로 떨어지는 걸 노래한 절구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북인의 영수 이산해李山海가 여섯 살 때 지은 문장이라고 한다. 유치원생 나이다. 토정비결을 남긴 그 이지함의 조카라고 하니 숙부처럼 그도 문재가 천재였을까. 그 나이에 밤톨 추락을 보면서 난형난제를 끌어다 대는 하이퍼링크 솜씨를 보면 글재주가 가히 천재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난형난제는 세설신어에 전하는 후한의 정치인 진식(陣寔)의 고사에서 나왔다. 두 손자가 각기 자기 아비를 훌륭하다고 다투다가 조부인 진식의 판단을 구했던 거다. 송사 처리가 공정하기로 이름났던 진식도 손자들이 들고온 두 아들의 우열은 가리기가 난처했던 모양이다. ‘원방도 형 되기 어렵고 계방도 아우되기 쉽지 않다’고 한 것이다.

▶작년 이맘때는 조국 전 법무장관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딸자식 입시와 관련하여 내외가 여러 가지 부정비리와 부도덕한 짓을 저질렀다는 혐의였다. 아직 재판 중이어서 흑백은 알 수 없지만 그는 결국 자리를 못 지키고 밤톨처럼 떨어졌다. 올가을은 추미애 법무장관으로 사태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아들 군대 생활 특혜 의혹이 논란인 거다. 지금까지 추락하진 않은 것만 다를 뿐 조 전 장관과 추 장관 사태는 판박이 같다. 난형난제!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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