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연가
해바라기 연가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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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규/함안 삼칠농협 과장

 

 

 

2020년 여름이 장마와 폭우 속에서 속절없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9월이라는 기을의 문턱에 서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매년 열리던 우리고장의 강주 해바라기 축제가 연기도 없이 아예 취소되고 말았다. 하기야 강주해바라기축제만 연기된 게 아니긴 하다. 인근 진주시에서 개최되던 국내 최고의 종합예술축제인 개천예술제도 취소됐고 가을 개최 예정이던 2020함양산삼엑스포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강주 해바라기 축제는 함안이 내세우는 축제 중의 하나다. 큰 자랑거리는 아니더라도 해바라기 꽃들의 어울림을 보면 한번쯤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일까 매년 많은 사람들이 강주마을 해바라기축제장을 찾아왔다. 매년 여름 더위 속에 찾아오는 인파들은 가족 친지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으며 꽃의 향연을 즐겼다.

강주 해바라기는 기획자의 의도와 주민들의 노력이 합해져 아름다운 축제로 호평을 받았다.

마을가꾸기 일환으로 벽화 그림을 그려 색다른 멋을 연출했으며 아기자기한 길거리 전시도 관광객에게 호응을 얻었다.

고령화한 농촌에 훈풍을 불어넣는 가치 있는 축제였다.

그 후 주최자 간 일부 갈등이 있었으나 동네 주민들의 손으로 넘어오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행사자체가 취소되는 아픔을 맞고 말았다. 코로나19의 아픈 현실에 직면한 올해 강주마을은 사람들도 찾지 않은 빈 허공이고 쓸쓸함까지 감돈다. 해바라기가 피던 자리는 텅 비어버려 지난날을 추억하는 공간이 돼버렸다.

해바라기는 시련과 고통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다. 키가 큰 해바라기가 비바람에 시달리는 모습은 애처로움과 슬픔이 연상된다. 무슨 애닯은 사연이 있어 하늘 높이 자라 시련을 겪으면서 꽃 피우고 씨를 맺는 것인지…, 그것은 토끼풀과 자운영, 채송화 봉숭아와 같이 낮은 땅에 사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선비 같은 이미지도 남아 있다. 때로는 해바라기에서 욕심과 탐욕 없이 그대로 선채 제 자리에 만족하고 제 일을 다 하는 선비다운 자태도 연상이 된다.

2020년 코로나19의 시련 속에 가을이 깊어지려 한다. 지금은 빈 공간으로 남은 강주마을에서 해바라기를 추억한다. 비바람에 선 모습이 때로는 애처롭기도 하지만 그저 욕심과 탐욕 없이 살아가는 해바라기같이 가난하지만 행복을 알고 즐기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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