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부의 스트레스
[기고]농부의 스트레스
  • 경남일보
  • 승인 2020.09.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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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산들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가끔씩 갠 하늘은 높아만 가니 가을이 온 게 틀림없나 보다. 농부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결실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올해는 날씨가 유난히 농부의 속을 태웠다. 봄철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쳐 많은 피해를 안겼으며, 과수 화상병 감염 확산으로 마음을 졸였다. 이마저도 우리 농부의 강인함이 피해를 최소화 했다. 이어서 모내기가 끝나고 밭작물이 한참 자랄 때인 7월부터 시작된 비 소식은 8월까지 2달 동안 농부의 마음을 내내 근심거리로 몰아넣었다.

농작물이 성했을 리가 없다. 벼는 도열병과 멸구류 등 병해충이 들녘에 퍼지고 배추·무 등 여름 채소류도 작황 부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고추와 같은 양념채소류는 탄저병이 자리 잡아 농작물 병해충 방제와 기나긴 싸움을 벌였다. 무심하게도 하늘은 농부의 걱정을 한시도 놓아 주지 않았다. 마지막은 센 놈이었다. 9월 가을 태풍치고는 드물게 마이삭과 하이선의 연이은 상륙으로 벼는 수침과 도복의 피해를 입었고 사과·배 과실류는 수확을 앞두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고랭지 배추·무 사정도 나을 리 없다. 정말 올해의 기상은 농부의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가히 악마 수준이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연일 배추 한 포기에 7000원, 무 한 개 5000원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올라 장바구니 물가가 걱정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정부를 겁박한다. 365일 떠나지 않는 농부의 걱정과 땀을 알고 하는 소리일까?

매스컴에서 말하는 것처럼 가격이 올랐다 해서 과연 농가 소득도 그럴까? 그 건 농촌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생산량이 감소하면 그만큼 시장에 내놓을 물량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생산에 투입된 자재는 늘어나고 인건비 부담도 그만큼 증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산물을 사고파는 유통 종사자 또한 팔 물량이 없어 연달아 수입도 감소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농부는 엄청난 이익을 남기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와 상상은 사라져야 한다.

부디 우리 국민에 부탁드리건대 비록 농산물 가격이 비싸졌다고 하나 농부의 정성과 땀으로 만들어낸 햇과일과 햅쌀로 지친 농심을 위로하고 이웃 간의 정을 나눠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근심과 스트레스로 지친 우리 농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도록 말이다.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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