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힘 /김유석
둑방 밑에 버려진 토관을 호박넝쿨이 얽고 있다.
연두의 입술이 벌건 철근가닥을 핥고 있다.
잉잉거리는 벌 소리 꽃봉오리에 싸 가만히 들려주고 있다.
대낮의 관능은 남사스러워, 잎사귀 가리고
무른 젖꼭지를 물리고 있다.
몸을 뒤틀며 힘줄 옭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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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을 호박넝쿨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고 있다.
부드러우나 억척스럽게 세상을 더듬으며 초롱의 꽃을 피우고 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독이고 쓰다듬는 듯 기어오르는 저 무례함.
가만히 옭아매는 기만의 수작에
이미 얽힌 것들은 오르가즘이 한참이고
미리 제압된 대지의 아랫도리는 누런 호박이 만삭이다.
잎사귀를 뒤덮고 서둘지 않는 관능
묵은 것들의 촉수에도 새 순이 돋고
둑방 밑은 온통 비명 투성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둑방 밑에 버려진 토관을 호박넝쿨이 얽고 있다.
연두의 입술이 벌건 철근가닥을 핥고 있다.
잉잉거리는 벌 소리 꽃봉오리에 싸 가만히 들려주고 있다.
대낮의 관능은 남사스러워, 잎사귀 가리고
무른 젖꼭지를 물리고 있다.
몸을 뒤틀며 힘줄 옭아 넣고 있다.
가을 들녘을 호박넝쿨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고 있다.
부드러우나 억척스럽게 세상을 더듬으며 초롱의 꽃을 피우고 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독이고 쓰다듬는 듯 기어오르는 저 무례함.
가만히 옭아매는 기만의 수작에
이미 얽힌 것들은 오르가즘이 한참이고
미리 제압된 대지의 아랫도리는 누런 호박이 만삭이다.
잎사귀를 뒤덮고 서둘지 않는 관능
묵은 것들의 촉수에도 새 순이 돋고
둑방 밑은 온통 비명 투성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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