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부드러운 힘
[주강홍의 경일시단] 부드러운 힘
  • 경남일보
  • 승인 2020.09.21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드러운 힘 /김유석



둑방 밑에 버려진 토관을 호박넝쿨이 얽고 있다.



연두의 입술이 벌건 철근가닥을 핥고 있다.



잉잉거리는 벌 소리 꽃봉오리에 싸 가만히 들려주고 있다.



대낮의 관능은 남사스러워, 잎사귀 가리고



무른 젖꼭지를 물리고 있다.



몸을 뒤틀며 힘줄 옭아 넣고 있다.

-----------------------------------------------------

가을 들녘을 호박넝쿨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고 있다.

부드러우나 억척스럽게 세상을 더듬으며 초롱의 꽃을 피우고 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독이고 쓰다듬는 듯 기어오르는 저 무례함.

가만히 옭아매는 기만의 수작에

이미 얽힌 것들은 오르가즘이 한참이고

미리 제압된 대지의 아랫도리는 누런 호박이 만삭이다.



잎사귀를 뒤덮고 서둘지 않는 관능

묵은 것들의 촉수에도 새 순이 돋고

둑방 밑은 온통 비명 투성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