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생의 비밀-자부심
지역상생의 비밀-자부심
  • 신용욱 (경남과기대 6차산업학과 주임교수)
  • 승인 2020.09.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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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욱 (경남과기대 6차산업학과 주임교수)
최근에 거주지인 서울을 떠나 경상남도로 발령받은 기관장을 만났다. 그로 부터 앞으로 우리지역에서 펼칠 계획을 듣고 싶었다. 코로나 이야기로 짧은 인사를 하고 나서 그가 던진 한마디는 인상적이었다. “지금이 지역에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그렇다. 기다렸고 듣고싶은 답이었다.지금이야 말로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택배로 물건을 받으면서 공간의 한계를 넘기때문이다. 그는 뒤이어 이런말로 이어갔다 “서울사람들은 철기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계속 듣고있던 나는 살짝 기대를 했다. 왜냐하면 방금 기다린 답을 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덕담을 할 것으로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지역은 지금 청동기시대 아니, 신석기시대에 살고 있습니다.최소한 무기라도 같아야 싸움이 될 것 아닙니까. 청동기로 철기무기를 든 그들을 어떻게 이깁니까?”

지금보다 더, 서울보다 더 IT를 활용하라는 주문이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교육으로 접어들었다. 교육의 소멸이 지역이 소멸을 앞당긴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그는 전광석화 같이 한마디를 보탠다. “지역대학이 백화점식 교육을 하면 안됩니다.” 맞다. 지역마다 전략산업이 있고 지역마다 농상공인단체가 있다. 직능단체에서 지역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 수요에 맞는 인재양성을 요청하면 대학은 그 수요에 맞게 교과목을 개발하고 학생을 교육시켜 지역이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독일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항상 부러웠다. 지역에서의 삶과 배움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그런 교육을 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지역특화’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현실은 세금으로 지역특화사업을 진행할때 뿐이고 사업이 종료되면 당긴 용수철이 제자리로 돌아가듯 항상 사업전의 상태로 돌아갔었다. 지속가능한 지역특화는 요원한 일인것 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사그라들 시간이 된 만 10년이 지난 이 즈음 ‘지역대학 책임론’을 들으니 내가 든 청동기 무기는 그가 든 철기무기앞에 무장해제 당한 기분이었다. 지난 4년간 대학원과정으로 6차산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석사과정을 전국최초로 만들고 농촌융복합산업 전문가를 양성을 통하여 지역의 문제를 농업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학과 운영성과로 2년연속 전국1위를 한 자부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왜 좀더 전투적으로 서울에 맞서 싸우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과목을 만들고 농업과 IoT를 접목하는 과목을 매년 신설하여 동부경남, 경북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로 인해 요즘과 같이 대학의 석사과정이 미달인 시기에 대학원 입학을 위해 재수생이 생겨나는 등의 다른 학교에서 보면 부러워 하는 성과를 내고있지만 “서울을 따라하는 백화점식 교육을 해서는 안된다“ 라는 말에 왜 흔들리고 자괴감이 들었는지 정신을 차리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부터 결론이다. 지역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삶과 배움이 하나되는 지역특화인재양성을 하여 서울시민이 되고 싶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싶어하는 지역 시민이 되도록 교육하지 못했나를 돌이켜 보니 단 하나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부심’이다. 지역민에 대한 자부심, 지역 역사에 대한 자부심, 지역 산업에 대한 자부심. 지역에 대한 자부심 없이 한 교육은 철학이 없는 교육임을 회개한다.

서울에서 들고 온 철기무기로 나의 비루한 투구와 갑옷을 깨어주신 그 분이 아니었으면 깨우치지 못할 교훈을 마지막 연재의 기회를 빌어 지역민과 공유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또한 부끄러운 고백을 지면을 이용하여 독자앞에 하게 되어 후련하다. 세상을 바꾸는 도전과 혁신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지역의 자원과 자산에 대한 자부심으로 시민개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지역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담대하게 ‘서울 우선주의‘를 맞설때 상생 균형발전의 시대가 오리라 확신한다.

신용욱 (경남과학기술대학교 6차산업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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