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쓰기] 사회적 가치 확산과 사회 혁신을 이루는 사회적경제
[우리말쓰기] 사회적 가치 확산과 사회 혁신을 이루는 사회적경제
  • 박철홍
  • 승인 2020.09.24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업 이름·내용 미리 쉬운 말로 바꿔놓으면
언론에 보도될 때 그대로 쓰이는 경우 많아
경남도는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중시하는 경제 활동을 가리키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경남도청 누리집 보도 자료에서 ‘사회적 경제’로 검색하면 2017년 10월부터 2020년 8월까지 46건의 자료가 나온다. 경남도는 ‘경남 사회적경제 한마당’ 행사를 해마다 10월에 열었고 ‘공동체 및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포럼도 열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을 돕기 위한 재정지원사업도 공모한 적 있다.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한 ‘사회적경제 혁신 타운 사업’에도 선정됐다. 사회적 경제를 이끌 핵심 인재를 키우기 위해 ‘2020년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개강했다. 12월까지 5개월간 45명을 사회적 경제 전문 인력으로 양성한다. 경남도가 사회적 가치 확산과 사회 혁신을 이루는 사회적 경제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경남도의 정책 의지는 경남 사회적 경제 통합 지원 센터(이하 ‘센터’)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경남 사회 연대 경제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조합’)의 사업 계획서에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조합은 ‘사회적 가치 확산과 사회 혁신을 이루는 사회적경제’를 이뤄내기 위해 6가지의 구체적인 사업을 할 계획이다. 사회적경제 포털 웹사이트 보완과 활성화, 세대융합 청년커넥터(청년사회활동가) 조직 설립 활동, 사회적경제기업 홍보 지원, 경남형 공유경제 사업모델 조직 설립 지원, 경력단절여성 사회적경제 일자리 매칭 및 창업 지원, 사회혁신 아젠다를 사회적 경제 통한 실현 등이다.

이러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사회적 경제에 대한 경남 도민의 인식은 크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대 융합 청년 사회 활동가 조직을 활성화한다면 이 사업은 세대를 뛰어넘어 경남을 ‘사람 중심, 포용, 통합’의 가치를 가장 중히 여기는 지역으로 탈바꿈시켜 나갈 것이다.

여섯 가지 세부 사업에는 ‘포털 웹사이트, 청년커넥터, 매칭, 아젠다’와 같은 외국어를 사용했다. 조합이 추진할 사업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마케팅, 컨설팅, 빅데이터, 플랫폼, 온라인, 모니터링, 도메인 링크, 벤치마킹, 브로슈어, 서포터스, SNS마케터, 모델, 세션, 창원 라운드 테이블’과 같은 용어를 썼다. 어쩔 수 없이 외국어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쉬운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

‘세대융합 청년커넥터(청년사회활동가) 조직 설립 지원 활동’에서는 ‘청년커넥터’라고만 하면 일반 국민이 잘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서 괄호 안에 ‘청년사회활동가’라고 풀어 써 주었다. 그렇다면 굳이 ‘커넥터’라는 말을 쓸 필요 없이 ‘청년사회활동가’라고만 써도 된다. 어려운 외국어를 써놓고 다시 쉽게 풀어 쓰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쉬운말, 간단한 말, 명료한 말을 찾아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기업 홍보 강화’의 사업 내용에는 ‘홍보브로셔, 사례집, 홍보영상, 종합소개책자 등 홍보물 제작’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홍보브로셔’는 ‘홍보 브로슈어’를 가리키는데 뒤에 나오는 ‘종합소개책자’와 같은 말이다. ‘브로슈어’가 곧 종합 홍보 책자, 안내서, 소책자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영어를 썼고 한 번은 한자어를 썼다. 외국어를 쓰더라도 그 뜻을 정확하게 알고 쓴다면 이렇게 중복해 쓰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경제 홍보서포터스(도민기자단, SNS마케터)’도 운영할 계획인데 ‘홍보 대사’로 바꿔 써도 되겠다. ‘SNS마케터’는 ‘누리 소통망 홍보꾼’으로 바꾸어 쓰면 좋겠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사회혁신 아젠다를 사회적 경제 통한 실현’의 사업 내용에서는 ‘2020년 경남사회혁신플랫폼에서 주최하는 경남의 사회혁신 아젠더의 한 세션을 사회적경제가 맡아서 진행(5개 지역), 창원 라운드 테이블 진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같은 말을 ‘아젠다’라고 하기도 하고, ‘아젠더’라고 하기도 했는데 규범 표기는 ‘어젠다’이고, ‘의제’나 ‘안건’으로 쓰면 된다.

즉, ‘경남사회혁신플랫폼에서 주최하는 경남의 사회 혁신 의제의 한 분과를’이라고 설명하면 훨씬 쉽다. ‘창원 라운드 테이블’은 창원에서 진행하는 원탁회의 같은 형태의 설명회·공청회를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2021년에는 센터와 조합에서 발표하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에서 어떤 일을 하겠다고 알리는 홍보 기사에서부터 도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모집 안내 기사까지 다양한 소식이 도민들을 찾아갈 것이다. 센터와 조합에서 언론사에 어떤 사업의 이름과 내용을 보도해 달라고 넘기는 자료에 담긴 용어는 ‘고유 명사’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언론사 스스로 고쳐 쓰기 어렵다.

앞에서 언급한 ‘경남사회혁신플랫폼’의 경우 ‘플랫폼’이라는 말을 먼저 쓴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말로 고치기 어려워진 것이다. 반대로 만약 센터와 조합에서 사업의 이름과 내용을 미리 쉬운 말로 순화해 놓으면 그것이 언론에 보도될 때도 쉬운 말 그대로 쓰일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여 가다 보면, 센터와 조합에서 벌이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다양하고 멋진 사업들이 도민들의 삶과 의식에 더욱 쉽게 다가갈 것이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게 보이지만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다가가면 우리말 쓰기는 생각보다 쉽다.


박철홍기자·도움말=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