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선생의 선비정신이 살아있는 ‘산해정’
조식 선생의 선비정신이 살아있는 ‘산해정’
  • 경남일보
  • 승인 2020.09.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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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선비정신 오늘날 귀감
백로(白露)가 오니 몸에도 반응하듯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언컨택트가 오래 지속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친다. 후학을 가르치며 마음을 다스리고 몸소 실천하는 남명 조식 선생의 정신을 담아보고자 김해 대동면의 산해정을 찾았다.

태풍이 지나가고 곳곳에 따뜻한 햇살들이 들녘을 강하게 내리쬔다. 벼들이 서서히 고개를 숙인다. 가을이 왔음을 피부로 느낀다.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공간들은 삶의 여유도 주지만 일상의 너그러움을 품었다. 대동면 대중초등학교에서 직전 하면 예안리 고분군과 초정마을의 효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산해정은 왼편으로 성안마을로 향하며 만날 수 있는데 벽화를 지나치면 섭섭하다. 마을 입구부터 옛 동심이 선명하게 그려져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산해정은 본래 원동마을로 통했다. 하지만 올해 우회도로 개설 및 산해교를 준공하여 쉽게 산해정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조식 선생은 30세부터 48세까지 김해 처가에서 학문을 증진하며 18년간 머물렀다. 산해정은 선생의 올곧은 성품이 그대로 담겨있는 듯 공경과 엄숙함이 밀려온다. 입구에는 경남문화재자료 제125호로 지정된 산해정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있다. 배롱나무의 잎은 어느새 떨어지고 늘 푸른 대나무의 절개를 노래한 시비만이 선생의 깊은 마음이 담겨있었다.

‘대는 외로울까? 외롭지 않을까?/ 소나무가 이웃이 되어 있는데/ 바람 불고 서리 치는 때 아니더라도/ 싱싱한 모습에서 참다움 볼 수 있네/’

정문인 진덕문(進德門)은 덕(德)으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선비의 정신적 수양으로 가는 문으로 통하는 듯 발길이 조심스럽다.

넓은 마당과 뜰은 서원을 고즈넉하게 풍기고 속살을 벗겨내듯 올곧다. 마음속에 의로움을 쌓는다는 뜻 서재인 유위재(有爲齋)와 어리석음을 깨우친다는 동재인 환성재(煥醒齋)가 산해정 좌우로 버팀목이 되어 의연함으로 드러난다.

‘태산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다’라는 뜻의 산해정(山海亭)의 편액은 선생이 가고자 하는 이상적인 정신이 담겨 있는 듯하다. 처마 아래 걸린 현판에는 서원을 중건한 선비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당시의 선비는 선생의 인품과 바르게 참되고자 했던 정신에 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든다. 환성재(煥醒齋)의 마루에 앉아 선생의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가슴에 새겨 보고자 했었다.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맑고 고운 내음들이 바쁜 일상을 살아온 나에게 위안을 건넨다.

세월의 단단함이 서린 감나무 뒤뜰에는 공경하고 엄숙하다의 지숙문(祗肅門)을 지나면 숭도사(崇道祠)다. 이곳에 실천적 선비정신을 대표하는 남명 조식 선생과 송계(松溪) 신계성(1499-1562)의 위패를 모셨다. 서원 서쪽에는 돗대산이 있는데 예전에 차산(次山), 조차산(曺次山)으로 불렀다. 이렇게 불린 이유는 선생의 안타깝고도 애통하고 슬픈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선생이 36세에 첫째 아들 차산이 태어났는데 생각이 깊고 머리가 좋았다. 하지만 9살이 되었던 해에 죽을병에 걸려 죽자 돗대산에 묻었다고 한다. 이후에 조차산(曺次山)이라 하여 선생의 안타까움 심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생의 참된 선비정신과 실천적 성리학은 오늘날 우리에게 참 좋은 귀감이 되었다. 그중에 하나가 평소에 경의검(敬義劍)과 성성자(惺惺子), 즉 검과 방울을 몸에 지니고 조금이라도 어긋나고 흐트러지면 정신을 깨우쳤다. 또한 선생은 칼을 차고 독서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책을 읽는 자신을 베기 위한 각오 때문이었다. 놀랍고도 그 정신에 존경스럽다.

산해정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남명 조식 선생의 실천적 성리학 정신을 따라가 보는 멋진 하루가 되었다.

/강상도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해시 대동면에 위치한 경남문화재자료 제125호 산해정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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