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라" 코로나에 애달픈 한가위
"오지마라" 코로나에 애달픈 한가위
  • 이웅재
  • 승인 2020.09.28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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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올해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풍속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성묘와 부모님 안부인사가 대표적이다. 단체 성묘나 단체 차례상, 친지방문 등의 정겨운 모습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국·공립 장사시설도 온라인 성묘 권장 등 비대면을 강조한다. 실제 경남의 각 지자체들은 “며늘아기야~이번 추석에는 눈치 보지 말고 안와도 돼”라고 부모님들이 먼저 자녀들에게 전화해 달라며 거리두기 2단계 실천에 나섰다.

지자체들은 고향 및 친지 방문 자제, 안부인사는 영상통화로, 벌초는 대행서비스 이용, 현지 만남 최소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 장사시설은 추석전후 기간 방문 요청, 시간당 참배 인원 제한, 예약 접수, 하루 인원 총량제, 추모시간 제한, 추모객 인원 통제, 추모객간 동선 나누기 및 거리두기, 음식물 반입 금지, 분향실 휴게소 폐쇄, 제사 금지 등 공설봉안당 운영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돼 직장에 피해 줄라=고향에 오지 말라는 부모님, 못가는 자식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넘쳐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명절 풍경이 속출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나 하나의 감염이 직장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걱정에 고향 찾기를 꺼려한다.

회사원 A씨는 “매년 이맘 때면 애들 데리고 부모님 댁을 찾았는데, 올핸 좀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안가자니 또 영 꺼림칙하고, 하여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했다.

직장인 B씨는 “고향 부모님께서 올해는 안와도 된다면서 손주들 얼굴이라도 보게 영상통화 연결해 달라고 하시는데, ‘코로나가 뭐 길래 혈육의 정 마저…’라는 생각에 울컥 하더라. 서운치 않게 용돈 보내드리고 선물을 사는데 자꾸 홍삼이나 마늘진액 등의 건강식품에 눈이 저절로 간다”고 했다.

◇“1호는 절대 안돼”…도청 공무원들 접촉 최소화 묘안 짜내기=경남도청 공무원들의 이색 명절나기도 눈길을 끈다. ‘경남도청 1호 감염자’는 되지 않겠다며 언택트시대 자가방역에 충실하겠다는 이들의 각오가 비장하다.

의령군에 어머니와 형제 친척들이 모여 산다는 공무원 A씨는 명절마다 함께 차례 지내고 환담도 나눴는데 올해는 가급적 오지 말고 차례는 집집마다 따로, 인사는 영상통화로 대신한다.

김해가 본가인 B씨는 1남3녀 형제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따로 부모님께 인사드리기로 했다. 이마저 부모님과 미리 통화해 컨디션을 확인하고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에 세 자녀를 둔 C씨는 손자가 너무 보고 싶지만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다. 서운함은 영상통화로 풀고, 용돈은 계좌이체, 선물은 ‘카카오 선물하기’로 했다.

◇고향 지킴이도 비대면 시대에 서운함 가득=농사와 직장, 자영업 등으로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고향지킴이는 명절이면 각지 지인들을 맞아 누구는 승진했다, 누구는 집 샀다, 누구 아들 대학 갔다, 옆집 순이 시집갔다 등 온갖 소식을 주고 받는다. 술 한잔 놓고 엣 추억을 나누던 자리도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끊겼다.

사천에서 50여년 자영업을 하고 이는 K씨, 그의 가게는 객지 지인들에게 누구나 한번쯤 들리는 사랑방과 같다. 그런데 올해 추석연휴에 K씨는 가게 문을 닫는다. 이번에 못 내려온다는 객지 지인들의 전화가 50년 사랑방도 문을 닫게 했다.

이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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