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귀성’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이브 스루 귀성’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9.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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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 센터장)
코로나19가 결혼·장례문화와 일상의 변화를 넘어 명절의 전통까지 바꾸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민족의 대이동’이 집단 감염을 전파할 가능성을 두고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고민으로 소수 모임은 물론 고향을 찾아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일이 되어버렸고,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연휴를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추석 연휴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둔 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의 합의점은 없을까?

추석 보름 전후에 문중 친척이 한데 모여 ‘문중 벌초’를 하는 제주도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나왔다. 제주도는 6일 ‘이번 벌초는 우리끼리, 안전하게, 마음으로’라는 벌초 방역수칙을 내걸며 벌초·추석 기간 중 수도권과 제주 왕래 자제를 요청했고, 전남 완도군도 이날 귀성·역귀성을 하지 않는 ‘명절 이동 멈춤 운동’을 펼친다고 밝혔으며, 이 외 각 지자체에서는 추석에 이동 자제를 권하는다양한 캠페인 문자발송 서비스를 추진했다.

이와 더불어 예년 추석 연휴 때 35만명 가량이 찾아 혼잡했던 인천가족공원을 포함한 국립묘지 등도 이번 연휴에는 문을 닫고 온라인 성묘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온라인 성묘란, 온라인상에서 차례상을 차리고 성묘객이 추모 글을 남기는 방식을 말한다. 귀성 대신 선물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고급 선물세트 수요가 늘어난 것과 마스크 및 손 세정제와 같은 방역용품들 그리고, 건강을 상징하는 물품들을 추석 선물로 선호하게 된 것도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풍속도이다.

한국의 ‘추석(음력 8월 15일)’과 비슷한 일본의 전통 명절인 ‘오봉(양력 8월 15일)’ 연휴인 8월 13일부터 16일 사이에 일본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귀성’이 등장했다. 몇 시간 동안 차를 운전하고 고향의 부모 집을 방문한 아들 부부와 손주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창문을 열어 부모와 안부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전달한 뒤 10분 만에 돌아왔다는 말에서 비롯됐다.

차례와 벌초를 대행업체에 맡기고, 더 좋은 선물을 보내고, 영상통화로 인사드린다 해도 당연히 대면을 못하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그래도 이번 추석에는 ‘집콕’이 슬기로운 명절보내기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말마따나 흩어져야 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올해 추석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면서 민족 최대의 시험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 연휴기간 개천절 집회에 나가려는 이들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고 명절도 포기하는 부모와 자식들의 애달픈 심정을 진정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코로나 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올해 추석에는 국토교통부에서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지 않고, 지역 휴게소에서의 취식을 금지하는 등의 추석 특별교통정책을 발표했다. 이처럼 올해 추석에는 서로의 건강을 위해 비대면(Untact) 기술을 이용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까?

무려 500년, 10대에 걸쳐 변함없이 이어져오며 달라질 것 같지 않던 우리나라 종가의 모습이 올해는 180도 바뀌었다. 일흔 살, 여든 살은 넘은 종손들이 나서서 문중 식구들에게 ‘이번 추석엔 고향에 오지 말라’며 전화를 하고, 성묘도 ‘드라이브 스루’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의 ‘드라이브 스루 귀성’은 결코 남의 나라,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수경 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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