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한가위 보름달 속에
그리움은 한가위 보름달 속에
  • 최창민
  • 승인 2020.09.2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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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지쳐가는 마음 다잡고 조용하고 안전한 명절맞이
그리움은 달 속에, 고향의 저 풍경 속에 묻겠습니다.

천년을 이어온 우리민족 최고의 명절 추석(秋夕)입니다.
여느 해처럼 보름달이 고향의 뒷산 노송에 걸렸습니다.
들녘에는 알곡이 익고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배어납니다.
그러나 뭔지 모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무엇인가 짓누르는 걱정의 그림자는 누구의 것입니까.

올 추석에는 고향방문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해 온 나라를 벌집 쑤셔놓은 듯 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고약합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괴물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은 사람을 피폐하게하고 나라를 흔들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마수(魔手)가 세상을 엄습합니다. 독하고 끈질기고 지루합니다. 수많은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 목놓아 부르짖는 선량들의 노력에도 코로나는 이런 의지를 비웃습니다.

그걸, 저 따위를 이기기 위해선 우선, 사람 간 거리를 둬야 한답니다. 어이없게도 혈육의 만남을 자제해야 한답니다. 이번 추석에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겨낼 것입니다.
근자에 우리는 장마와 태풍으로 온 마을이 물 바다가 됐습니다. 가옥이 침수되고 길이 사라졌습니다.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련을 이겨내었습니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뻘을 걷어내고 집을 다시 지었습니다. 절망의 늪에서 희망을 봤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감동이었습니다.

이는 우리민족의 저력입니다. 사실, 우리의 국민성은 역동적이고 부지런하며 희생적입니다.
가까운 과거에는 세계가 두려워하는 IMF금융위기도 넘고 기적처럼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곧추 섰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 불과 10년만에 학교를 다시 짓고 교육을 일으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몸 속에는 그런 활기찬 DNA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도 이겨낼 것입니다. 그런 희망이 조금씩 보입니다.
문제는 인적교류가 많은 이번 추석이 최대고비라고도 합니다. 총리가 ‘전쟁에 준하는 사태’로 선포했습니다.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불효 아닌 불효를 하게 됐습니다.

추석…,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추석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가지 못합니다.
대신, 이 코로나를 물리고 밝은 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어머니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은 둥근 달 속에, 저 향리(鄕里)의 풍요로운 풍경 속에 묻겠습니다.
 
그림=노주현 前 진주미술협회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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