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남명과 다산 그리고 청렴
[아침논단]남명과 다산 그리고 청렴
  • 경남일보
  • 승인 2020.10.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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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다산 정약용 선생이 사헌부 지평으로서 훈련원의 무과시험을 감찰할 때다. 노론계열로 이뤄진 시험관들이 교묘한 질문으로 지방 출신 무사들을 떨어뜨리니, 합격자는 시험관들과 선이 닿아 있는 서울의 노론계 인물들뿐이었다. 정약용은 이를 날카롭게 지적하여 나라의 근간이 될 인재를 뽑는 일을 공정하게 처리했다.

만약 다산이 노론계열 시험관들의 부정을 모른 척 눈감아주는, 권력을 추구하는 위정자였다면 다른 길을 걸어간 다산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산은 사회 개혁을 주창하는 데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청렴한 생활을 추구하는 목민관이자 새로운 이상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경세가의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또한 청렴정신과 시대를 앞서가는 사상가로서 어지러운 시대의 정치와 행정, 경제와 사회, 사상의 지표를 제시하는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같은 불후의 명저를 저술했다.

조선시대 대표적 실천 유학자로 꼽히는 남명 조식 선생의 가르침은 ‘경의정신(敬義精神)’이다. 남명은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을 늘 차고 다니며 방울소리가 울릴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또한 ‘안의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이 경이요, 밖의 일을 결단하는 것이 의이다’라고 새겨진 경의검(敬義劍)이라는 칼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경은 안으로 성찰하여 스스로 청렴하자는 것이며 의는 밖으로 실천하여 부정한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 뽑자는 것이다. 남명의 경의정신을 배운 제자들은 남명이 돌아가신 후 20년 만에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책을 덮고 칼을 높이 들어 스스로 의병장이 되었다. 교육사가이자 통일운동가인 이만규(李萬珪)는 ‘조선교육사’에서 우리나라 교육사를 통틀어 경의정신을 실천하고 이를 보국의 정신으로 확장한 사상가로 남명 선생을 으뜸으로 꼽았다. 남명 선생의 경의정신은 오늘날 시대정신으로 통하는 청렴사상과 맥이 통한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대통령이 장관 등 고위 공무원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청문회를 보면서 실망과 탄식을 내뱉는다. 본인 또는 자식의 병역 문제, 세금 탈루, 음주 운전, 위장 전입, 논문 표절은 단골 소재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공직자에게 30-4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대학 사회에서도 청렴은 항상 중요한 화두이다. 대학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사업이나 물품의 구매와 계약은 물론, 논문의 표절 문제에서도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엄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를 늘 지니고 있어야 한다. 교직원들은 학생의 선발과 취업 등의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정·비리 등은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국민정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성성자와 경의검을 차고 있던 남명 선생의 정신을 매순간 깨치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경상대학교는 청렴 캠페인, 청렴센터 운영, 청렴도 인센티브제, 청렴 슬로건 공모, 청렴실천 결의대회, 청렴도 자가진단, 청렴 서약제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하여 교직원들의 청렴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올 6월에는 ‘청렴 소통의 장’을 개최하여 대학 내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 데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 청렴이야말로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경상대학교가 경상남도의 역사·정신·사상을 고양하는 분야를 육성하고자 하는 것은,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실천 유학자인 남명 선생의 경의사상을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뜻이다. 코로나19로, 공직자들의 각종 비위로 온 세상이 어지러운 이때 정신적·도덕적·인격적으로 해이해지지 않기 위해 수백 년 세월을 넘어 다산과 남명의 정신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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