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의 집을 위한 발라드
따뜻한 마음의 집을 위한 발라드
  • 경남일보
  • 승인 2020.10.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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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구 (시조시인)
 

 

네 집이 허술하다고 울지 좀 마라 사람아!//한 알의 내가 폐타이어 고무냄새에 익숙하다, 밤의 골목골목을 휘청거리며 돌아다닌다, 닳고 닳은 고무 수액을 젖처럼 빨아먹는다, 한 잎 싹을 틔워 뼈대를 세운다, 마디마디 골수를 뽑아 수십 수백 개 손가락 가지를 만든다, 밤마다 가장 빛나는 별에게 기도 올리며 꽃을 피운다, 분홍분홍 노래하는 천상의 여자가 이름 지어 꽃의 호적에 올려주었다, ‘분꽃’, 그날부터 나는, 분꽃이라는 이름표를 등불처럼 가슴에 달고 산다, 맑은 밤이면, 세상 모든 슬픔을 깨끗이 지우는 노래를 부른다, 남쪽의 나팔꽃처럼 노래하고, 북쪽의 예술단처럼 춤을 춘다, 그때마다 멀리 갔던 나비와 벌이 팔랑팔랑 윙윙거리며 돌아온다. 화려한 집이 없어도, 오로지 당신 위한 웃음선물을 준비 중이다,//그러니, 혼자 울지 마라/ 웃는 나는 어쩌라고 (‘집’전문)

세상을 살다 보면 투정아닌 투정을 부릴 때가 많다. 마치 ‘나만 제일 외롭고, 나만 제일 힘들고, 나만 제일 가난한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다. 툭 까놓고 말해 이 지구상에 외로움을 못 느끼고, 고달픔을 못 느끼는 이들이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이 도시에서 휘황찬란한 집집들의 불빛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 가장(부부)들이 짊어진 빚더미는 얼마일까? 거품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웬수 같은 집은 아닐까? 몇 십년 동안 가장의 고된 노동을 삼켜버리는 집. 눈만 잠시 붙였다가 집 밖으로 내몰려야 하는 수많은 도시의 사람들…, 필자 역시 그런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 곳에 몸을 누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비록 고급스럽지 않지만 편안한 집이니 말이다. 일정한 계약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도시 변두리 어느 골목을 걷다가 타이어화분 속에 활짝 핀 분꽃을 보고 깨닫는다. 이 꽃 앞에서 더 이상 힘들다 힘들다 투정부리지 말자. 폐타이어 고무 냄새를 온몸으로 받으며 저항 한번 못하고 꿋꿋이 자라나 세상을 향해 활짝 웃고 있지 않은가?. 이 꽃들이 마치 내게 크게 한번 호통치는 것 같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웃고만 있는 나 같은 식물도 있는데 인간이란 놈들은 고만고만한 일에 징징거리며 호들갑을 떤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 그래,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생각하며 정신 차리자!”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다시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다. 비싸고 좋은 집이 아니더라도, 싸고 마음 편한 집이 있으니 큰 행복이겠다.

임성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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