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쓰기] 사회적경제 당사자 협의체 성장과 민관협력체계 구축
[우리말쓰기] 사회적경제 당사자 협의체 성장과 민관협력체계 구축
  • 박철홍
  • 승인 2020.10.07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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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뜻 가진 한자어와 영어를 한 문장에 사용하면 혼란 초래
‘협의회 구성 후 관과 거버넌스 훈련’ 쉽게 의미 파악 안돼
맨 처음 어떤 사업 구상할 때부터 언어의 소통성에 중점을
‘조직 간 네트워크 활성화’→‘조직 간 협력 관계 활성화’로
‘민관 거버넌스 구축’→‘민관 협력 관계 구축’으로 순화를
 
 
공공 기관이나 기업, 언론에서 만들어 내는 모든 종류의 표현물을 ‘공공 언어’라고 한다. 공공 언어의 요건에는 정확성과 소통성이 있다.

정확성은 표기의 정확성과 표현의 정확성으로 나눈다. 소통성은 공공성, 정보성, 용이성 등으로 나눈다. 이때 표기의 정확성은 어문 규범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을 말하고 용이성은 쉽고 친숙한 용어와 어조를 사용하였는지를 말한다.

‘쉬운 우리말, 따뜻한 우리 정책’은 공공 언어의 여러 요건 가운데 소통성이라는 잣대로 공공 언어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경남도내 여러 공공 기관에서 발표하는 정책과 사업의 내용을 도민들에게 알려주면서 더 쉽고 더 간단한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경남 사회적 경제 통합 지원 센터(이하 ‘센터’)와 경남 사회 연대 경제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조합’)이 2021년에 추진하려는 사업을 들여다 본다. 이 사업을 세밀하게 조명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그리고 앞으로 도민들의 삶을 바꿔 놓을 장치가 치밀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사업이라고 하여 경남도청에서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경남 내 모든 시군과 관련돼 있고 도내에 있는 많은 민간 기업도 연관돼 있다. 도내 상당히 많은 지방 자치 단체, 민간 기업, 시민 단체, 사회단체, 노동 단체 등도 이 사업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센터와 조합에서 만드는 각종 공문서, 보도 자료 등 공공 언어에 어떤 말이 담기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처음 쓴 용어가 여러 곳으로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맨 처음 사업 관계자 한 사람의 책상에서 시작한 말이 보고서가 되고 사업 계획서가 된다. 사업 계획서는 보도 자료라는 옷을 입고 언론사로 간다. 처음 만든 말은 고유 명사처럼 받아들여져 신문의 제목이 되고 기사가 된다. 영어보다는 한자어가, 한자어보다는 순우리말이 상대적으로 소통하는 데 쉬울 것이라는 것을 전제한다면 맨 처음 어떤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어떤 말을 사용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센터와 조합이 추진하려는 세 번째 사업은 ‘사회적경제 당사자 협의체 성장과 민관협력체계 구축’이다.

이 사업은 △당사자 조직 간 네트워크 활성화 △시군협의회 조직들과 민관 거버넌스 구축 △당사자 조직과 공공 간 네트워크 활성화 △노동, 시민사회와 연계를 통한 자조 조직 설립 지원 등으로 구체화한다.

여기서 두 번 쓰인 ‘네트워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외국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네트워크는 ‘연결망, 연계망, 관계망’ 따위 말로 바꿀 수 있겠다. 하도 자주 쓰는 말이다 보니 다른 말로 바꾸면 오히려 이상해지거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문맥을 고려하면 ‘당사자 조직 간 네트워크 활성화’는 ‘당사자 조직 간 협력 관계 활성화’ 쯤으로 옮기면 뜻이 쉬워지겠다. ‘당사자 조직과 공공 간 네트워크 활성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네트워크’라는 말이 여러 번 되풀이된다. 심지어 ‘광역차원의 네트워크 및 네트워크의 네트워크화 지원 강화’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뜻이겠다. 사회적 경제를 추진하는 당사자들의 협력과 소통이 없이는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네트워크’라는 말을 남용한 것 같다.

‘민관 거버넌스 구축’은 사회적 경제 당사자 협의체를 성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거버넌스’는 최근 몇 해 사이에 부쩍 많이 쓰는 용어다. 국립국어원은 거버넌스를 ‘정책, 행정, 관리, 민관 협력’ 등으로 다듬으라고 한다. 여기서는 ‘협력’이 어울리겠다. ‘민관 거버넌스 구축’은 ‘민관 협력 관계 구축’이 되겠다.

사업 내용에서 살펴보면 ‘거버넌스’라는 개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시군 협의회가 없는 시군 단위 중심으로 교육과 함께 협의회 구성’도 있다. 여기서 ‘협의회’가 먼저 말하고 있는 ‘거버넌스’의 다른 말로 보인다. 서로 도와주고 힘이 되어 주는 관계를 ‘협력 관계’라고 하고, 그러한 관계를 일정한 틀로 규정하거나 모임을 만드는 것을 ‘협의회’라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협의회 구성 후에 관과 거버넌스 훈련’, ‘거버넌스 제도를 위해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 제정을 지원하겠다’는 사업 내용도 있다. 여기서도 역시 ‘거버넌스’는 협력 관계, 협의회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칫하면 같은 뜻을 가진 한자어와 영어를 한 문장에 씀으로써 의미가 중복되거나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외국어를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이유이다.

센터와 조합은 내년에 관련 조직인 지방 자치 단체, 민간 기업, 시민·사회·노동 단체 등과 협력 관계를 단단히 조이기로 했다. 올해 고용노동부 주관 사회적 경제 활성화 평가에서 창원시와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진주텃밭이 우수상을 받았다.

이 같은 성과에 힘을 얻은 경남도는 내년 사회적 경제 사업으로 도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계획이다. 사회적 경제를 추진하는 쪽과 참여하는 쪽을 잇는 말과 글은 더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이기를 기대한다.


박철홍기자·도움말=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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