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건칠관음보살좌상 귀고리
[경일칼럼]건칠관음보살좌상 귀고리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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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남강댐에서 덕천·경호강의 합쳐진 물이 촉석루 앞으로 흐르게 이끄는 칠봉산 자락에 남가람박물관이 있다.

1층 전시장을 들어서면 유리 상자에 보관된 불상을 볼 수 있다. 아미 사이에 보석이 박혔고, 금도금을 하고 어깨선은 우아하며 가슴은 밋밋하다. 화관은 테두리를 나뭇잎과 보석으로 치장하고, 出자형 나뭇가지를 높이 세워 중생의 기원을 광활한 공간으로 방출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관의 손잡이 장식은 우주에서 영험한 기운이 내려와 귓바퀴에 두른 실타래를 타고 간절히 소원하는 중생에게 영험을 이어주는 끈으로 볼 수 있겠다. 귓불 뒤에서 매듭이 되어 어깨 위로 내려와 어깨위에서 한 가닥이 꼬이고 풀려 어깨를 타고 내려와 팔 부위까지 늘어졌다.

귀불에 귀고리가 시선을 고정시킨다. 동그란 구멍이 촘촘한 방울형의 귀고리를 부착하여 울림으로 미세한 소리까지 듣겠다는 장치로 보인다.

설명판에 의하면, 건칠관음보살좌상은 고려 말과 조선 초기에 유행했던 마른 옻칠기법으로 제작한 관음보살좌상이다. 흙으로 형태를 만들어 종이나 삼베를 입히고 옻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고 흙을 파내고 표면에 채색 또는 도금을 한다. 불상은 하품중생인을 하고 있으며, 13세기 이후 여래좌상에도 보이는 소매가 긴 대의와 띠 매듭을 하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소리를 들어 중생이 열심히 이름을 외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보살이다. 그런데 안시성 전투에서 날아온 화살에 눈 하나 상하고 혼비백산한 이세민(李世民)은 지명이며 인명에 世자와 民자를 모두 지우도록 칙령을 내려 ‘관음보살’로 되었다. 오늘날 오래전에 용도 폐기된 문자의 옥이란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조선시대 남자도 귀고리를 했다’는 역사스페셜에 의하면, 남자의 귀고리를 삼국시대에 볼 수 있다. 양나라에 조공 온 외국인 사절을 그린 당염립본왕회도에 의하면, 신라 사신은 방울형, 백제와 고구려 사신은 고리형 귀고리를 하고 있다.

조선 중기 어유야담집에 의하면 안성란이라는 역관은 중국어를 잘해서 여러 차례 중국으로 사행 가는 걸 수행하게 된다. 어느 날 밤에 중국 사람들과 같이 중국식 복장을 하고 기생집에 놀러갔다가 귀고리 구멍 흔적으로 한족이 아님이 발각되었다.

귀고리 금지 조치는 선조실록 5년(1572) 9월 28일자에 볼 수 있다.

“신체와 발부는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니 감히 훼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초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사내아이들이 귀를 뚫고 귀고리를 달아 중국 사람에게 조소를 받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오랑캐의 풍속을 일체 고치도록 중외에 효유하라.”

선조 25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에 일본군은 조선 병사의 귀를 잘라 전공을 인정, 조선은 일본 첩자 판정에 역시 귀고리 구멍 흔적 유무로 확인하였다.

관세음보살은 성별에 대해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어원 등에서 근본은 남성이다. 남가람박물관 건철관음보살좌상은 고려시대 남자도 귀고리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어찌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보살이 세속과 동떨어진 모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건칠관세음보살상은 제작 기법이 쉽고 대중적이라 많이 제작될 수 있었는데 남은 것이 극소수이며, 고려시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보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활발한 연구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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