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건 (육군 39사단 하동대대 일병)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경남지역이 물에 잠겼고, 어느 한 상근예비역 용사가 침수 피해로 보트를 타고 생활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나는 ‘설마 저 정도로 심각하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어서야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하동 화개장터 일대에 수해복구 작업이 있으니 버스에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하동대대 장병 모두는 삽과 대빗, 갈퀴 등을 챙기고 버스에 탑승했다.
주말에 대민지원을 한다는 생각에 힘이 빠졌지만 화개장터로 가는 길에 목격한 장면은 나를 부끄럽게 할 정도로 심각했다. 나무 위에 걸려있는 냉장고와 쓰레기와 뒤섞인 침수된 가구, 집기류 등 참혹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처음 투입된 주택은 정말 암담했다. 장독대와 술병이 깨져 흘러나온 액체가 뒤섞여 악취가 나 작업하는 내내 우리를 괴롭혔고, 쓰레기 더미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바로 그때 피해를 본 아주머니가 와서 시원한 커피를 권하며 “군인들 덕분에 많이 정리됐네요. 감사합니다”라며 웃고 계셨지만 그 너머 슬픔이 잠긴 모습이 느껴져 더욱 가슴이 아팠다. 나와 전우들은 더욱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단장님도 매일같이 현장을 방문해 장병들과 함께 뒤섞여 직접 삽을 들고 땀을 흘리시며 수해복구에 임하시는 모습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우리가 하는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나도 비슷한 재난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 겨울철 배수관이 얼어 물난리가 났고, 모든 가족이 잠들었을 때 물이 3㎝정도 차올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물에 젖은 가구들을 버리고 정리하며 우리 가족은 지쳐갔다. 그때 119대원들이 나타나서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해줬었다. 내가 받았던 그 고마움을 군인으로서 국민에게 갚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 대민지원을 통해 군인의 사명과 의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수해로 피해를 입은 경남도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나는 부여될 임무완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박민건 육군 39사단 하동대대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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