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강서 끊어진 생태 복원하라
가화강서 끊어진 생태 복원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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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경남 남부지역이 섬이라고?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믿기기 않겠지만 진양호 하류 남강과 낙동강의 남단 경남전역이 인공 가화강이 만들어진 이후 육지의 섬으로 변했다. 물줄기를 기준으로 보면 이 지역은 육지와 분리된 거대한 섬이다. 백두대간(낙남정맥)이 가화강에서 끊어져서 생긴 일이다. 백두대간의 맥이 지리산에서 낙남정맥으로 이어져 오다 192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남강홍수 방지목적의 남강댐 방수로 역할을 하는 가화강이 만들어지면서 단절됐다. 새로운 물길이 생기면서 생태축이 완전히 끊어져 섬처럼 변했다는 이야기다.

근 백 년 동안 백두대간 생태계와 진주 이남의 남남정맥 생태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일반적인 백두대간(정맥) 생태계 단절은 마루금을 지나는 도로개설이 대부분이지만, 가화강의 경우는 새로운 강을 만들기 위해 산을 통째로 파 들어냈다. 차원이 다른 완전한 생태계 단절 현장이다. 한반도의 맥을 끊어 버린 셈이다. 산을 끊어 ‘거꾸로 흐르는 강’을 만든 것이다. 물길이 거꾸로 흐르다 보니 귀중한 천연기념물도 사라지고 있다. 원래 남강으로 흐르던 유수리의 삼계천은 ‘백악기 화석산지’로 유명하다. 유수리에 산재한 수억 년 된 귀중한 공룡 뼈 화석 등이 지난여름 홍수 때처럼 남강댐 물을 방류할 때 마다 가화강을 통해 사천만으로 떠내려가 유실되고 있다. 대체 방수로 개설 같은 대책마련이 없다면 유수리 화석은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홍수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하게 끊어진 낙남정맥. 늦었지만 이제라도 생태축을 복원하고 연결해야 마땅하다. 백년 가까운 세월동안 방치된 가화강의 생태계 단절,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생태통로 복원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가화강 생태복원은 관심 밖이다. 지역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주시와 경남도가 앞장서야 한다. 한반도 생태축을 다시금 잇는 일이며, 진주 정신을 잇고 경남의 기상을 복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산림청이 올 하반기부터 추진하는 ‘백두대간 산림복원 사업(2020~2029년)’에 가화강 생태복원 사업에 포함시키면 가능한 일이다.

산림청은 올 하반기에 대상지 조사를 통해 백두대간과 정맥지역의 필요성, 시급성 등이 높은 지역 22개소를 선정, 연차적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복원사업은 정맥 중심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는 가화강 생태 복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산림청은 이미 이화령, 벌재, 육십령, 정령치, 비조령, 말티재, 작점고개 등 7개소의 백두대간(정맥) 마루금을 복원했다. 올해도 도로개설 등으로 훼손되고 단절된 5개소의 대간(정맥) 생태축을 연결·복원 하고 있다. 단절·훼손된 구간은 국립공원구역을 제외한 백두대간 273곳, 정맥 1740곳 등 모두 2013곳에 달한다.

산림청이 추진하는 백두대간(정맥) 생태축 복원사업은 단절된 생태축을 주변의 지형과 자생식생을 조사하여 최대한 원상태에 가깝게 복원·연결하는 사업이다. 백두대간은 산림생태계의 연속성과 한반도 산줄기가 이어지는 상징성이 크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전통적·생태적 가치가 매우 큰 지역이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추진 한다는 의미다. 낙남정맥 가화강의 생태축을 복원해야 하는 당위성과 딱 맞아 떨어지는 사업에 다름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환경 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가화강처럼 단절된 곳의 생태복원은 이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패러다임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 증진을 위한 산림복원의 중요성을 갈수록 인식하고 있는 만큼 가화강 생태복원에 지방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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