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한글날에 우리 교육을 생각하다
[교육칼럼]한글날에 우리 교육을 생각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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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올해도 한글날은 하나의 연례행사로 지나갔다. 정부는 기념식을 개최하여 한글날의 뜻을 기리고 국어 발전에 공을 세운 분을 표창했으며, 언론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거나 오염된 우리말의 실태를 보도하였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은 공휴일로서 한글날을 즐겼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한글날을 국경일 중에서도 가장 앞에 두어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한글이 없었다면 중국으로부터 온전히 이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을까? 일제로부터의 독립운동도 우리 말과 우리 글 지키기로 비롯되었다고 보기에 삼일절과 광복절 못지않게 한글날을 경축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글 창제를 기리고 한글을 선양하는 경축 행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며 백일장 등의 문화행사가 대대적으로 개최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글의 우수성을 생각하면 우리 말과 우리 글을 발전시키려는 국어교육에도 적지 않은 불만이 있다. 우리의 국어교육은 ‘말하기·듣기’와 ‘읽기’ 그리고 ‘쓰기’ 영역으로 구분하여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의 실제에 있어서는 그 가르침과 배움에 치열함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의 기본을 확실히 다지고 문화시민으로서의 교양을 높이는 언어교육에 이르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 교육을 적게 받았다고 해서 교양이 떨어지는 언어생활을 하는 것 같지 않고,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언어의 품격이 고상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언어가 천박하여 실망할 때가 많으며,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는 유튜브나 인터넷의 대화는 절망스럽고,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한 일상생활을 대할 때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러한 언어생활을 국어교육 탓으로만 돌린 일은 아닐 테지만 그 해결 방안은 국어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글은 글자를 배우기는 쉽지만 맞춤법대로 바르게 쓰기는 결코 쉬운 문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글을 읽을 수만 있으면 마치 다 배운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해력 중심으로 능력을 평가하니 국어교육이 외국어교육만큼이나 어렵다는 말을 하게 된다.

바르고 고운 말을 생활화하는 교육, 우리 말을 제대로 알고 정확하게 쓰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라. 우리말 큰사전에 수록된 수십만 낱말 중에서 우리 생활에 살아 있는 단어는 얼마나 되는가? 언젠가 유명 소설가의 글을 읽었는데 도무지 낯선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낱말로 쓴 난해한 글이 국어교육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한편, 문화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말이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은 국어교육의 부끄러운 단면은 아닐까?

국어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벗어나고 교실을 넘어서야 한다. 실생활에서의 말하기와 듣기 능력을 평가하고 책을 많이 읽히는 독서교육과 연계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을 글로 쓰는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를 개발하여 학교 교육의 준거로 삼아야 하며,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바르고 고운 언어생활에 힘쓰도록 해야 한다. 말하기와 듣기는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수행평가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치권이나 지도자들의 언어를 국민이 심판하는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뜻을 모은다면 우리의 언어생활은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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