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이별 연습
발달장애인의 이별 연습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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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 (진주장애인 복지센터 소담마을 원장)
 

 

소담마을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50세 ○○씨는 몇 해 전 어머니를 여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몇 차례에 걸쳐 며칠씩을 단기거주시설에 보내어 적응훈련을 시켰었다.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감지하셨는지 수척하신 모습으로 시설을 방문하셨다. 할머니는 오랜 시간을 시설에 거주하는 50세의 막내아들과 함께 앉아 책도 같이 보고, 간식도 같이 먹고, 점심식사도 같이하시며 침대 베개도 쓰다듬어 보고 하시더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곤 집으로 가셨다.

몇 달 후…, ○○씨의 형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어머님의 임종소식이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는 50세 아들 때문에 쉽게 눈을 감지 못하셨다고 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씨에게 알려 줘야 할까? 고민 끝에 장례식 사진을 보여주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씨에게 알려주자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에서 돌아가시고 진주의 선산에 묻히기 위해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고, 사무실에 걸려 있던 검정색 양복과 넥타이를 준비하고, 사회복무요원의 검정 구두를 빌려 신기고, 머리를 단장하고, 아침부터 직원들은 아들과 엄마와의 마지막 이별을 위해 움직였다. ○○씨의 장례를 위해 차려 입은 모습은 인물 좋은 신사가 따로 없어 더욱 슬펐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어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시설로 돌아왔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엄마가 하늘나라로 간 사실을 모두에게 알렸다. 어떤 직원들이 “그래요~ 우리도 나중에 엄마 만나러 하늘나라 갑시다” 라고 했더니 매우 행복한 얼굴을 하며 웃는다.

명절이 되면 이용 장애인들은 집으로 며칠간의 귀가를 하곤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씨는 그런 날이 와도 갈 곳이 없다. 가끔 형제들의 방문은 있으나 어느 형제도 집으로 데려가 며칠을 같이 보내는 것이 여의치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떠난 시설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아는 듯 말이 별로 없었다.

코로나19의 힘든 시기에도 선선한 바람과 함께 추석이 왔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떠난 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 남은 ○○씨는 반복된 일상을 보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씨처럼 비슷한 경우가 하나 둘씩 늘어가는 현실이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발달장애 아들을 둔 나는 예비살인자입니다'라는 어느 부모의 사연이 가슴 한 구석을 시리게 한다.


박철수/진주장애인 복지센터 소담마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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