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경남의 섬 (1)
[창간기획] 경남의 섬 (1)
  • 이웅재
  • 승인 2020.10.14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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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섬 주민의 ‘삶’…희망의 바람이 분다

내 섬 807개 전국서 두 번째 많아
전남지역 대비 섬 발전 정책은 저조

외부인에겐 ‘낙원’, 현지인은 ‘생존’
경남도 지난 1월 ‘섬 발전계’ 신설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추진
남해 조·호도, 통영 두미도 선정
주민 주체 체험, 관광 인프라 조성
올해부터 3년간 각 30억 예산 투입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있다.

본보는 창간 111주년을 맞아 블루오션의 가치로 재조명 받고 있는 경남의 섬이 씨줄과 날줄이 얽혀 하나의 가치를 창조하는 결실을 기대하면서 3회에 걸쳐 연재에 들어간다.

1부는 총괄, 2회는 올해 경남도가 살고 싶은 섬 가꾸기 대상지로 선정한 남해군 조·호도와 통영시 두미도 탐방 취재로 기획했다. 주민들의 정책 이해도와 추진 역량, 현지여건, 주민들의 바람 등과 관련된 섬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그리고 3회는 도 사업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일선 지자체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섬을 조명하는 것으로 남해군 노도가 대상이다. 노도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군은 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문학의 섬’ 조성에 들어가 김만중의 저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조각공원을 중국 최대 호수인 동정호에 담았다. 유교와 불교, 도교사상을 담고 있다는 구운몽의 스토리 등 서포 김만중의 문학적 가치를 어떻게 엮어서 섬 주민 복지를 실현할지 관심사다.


1. 총괄
2. 살고 싶은 섬 남해군 조·호도와 통영시 두미도
3. 서포 김만중 유배지 남해군 노도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도내 7개 시장·군수, 섬 주민대표단은 ‘섬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7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경남 푸른섬의 미래 선포식’을 열고 섬 가치 재발견과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공동노력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8월 8일, 섬의 날’은 바다와 섬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 무한대 기호)을 상징한다. 당초 두 번째 ‘섬의 날’ 국가기념일 행사가 통영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됐다.
‘섬(島)’. 고향(故鄕)이란 말처럼 일상에 찌든 현대인에게 아늑한 감정의 여운을 남기는 말이다. 경남은 다도해란 이름에 걸맞게 아주 많은 섬들이 옹기종기 바다를 수놓고 있다. 우리나라 3300여 개의 섬 중 807개가 경남에 있다. 전국에서 두 번째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섬, 유인도서만 해도 77개나 된다.

이렇게 많은 경남의 섬들이 그동안 육지와 동떨어진 채 자가 발전식으로 생존에 급급했다. 섬 주민들은 오롯이 자연을 마주하며 자연생태계 보전 등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 왔지만 문명의 발달은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특히 경남은 인근 전남과 현저히 비교될 만큼 섬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다. 경남의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사실 경남의 섬만큼 육지와의 접근성, 풍광, 물빛이 아름다운 곳은 드물다.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끌어안고 갈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남해군 조·호도 전경. 앞 호도, 뒤 조도.
그동안 경남에는 섬 발전을 위한 특별한 정책이 없었다. 경남은 오롯이 발품에 의지해야만 했던 조선시대도 알았던 지도의 소중함도 외면했다. 내 나라 내 땅, 영역과 영해를 표시로 남기는 너무나 당연한 일을 도외시하다 보니 21세기 오늘 경남은 섬지도 한 장 없는 딱한 처지가 됐다. 지도조차 마련하지 못한 행정에 섬 발전 자료가 있을 리 없고, 기초자료가 없는데 체계적인 발전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순간순간 보여주기 식으로 방파제나 쌓고 해변 데크나 설치하면서 선심행정을 펼친 게 고작이다.

오랜 시간 현실을 외면한 일방 행정은 괴물을 낳았다. 주민들의 생활 터인 섬을 외지인들이 관광지로 오인해 벌어지는 기현상이 도처에 벌어진다. 낡은 옷에 장화 신고 갯벌 뒤집는 주민들을 불친절하다며 불만을 터트리는 방문객들에게 섬은 관광지인 것이다. 그들만의 관광지로 인식돼 버린 섬은 외부인에겐 천국이자 낙원으로, 현지인에겐 역경을 견뎌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삶의 현장이다.

그동안 섬 주민들은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교육·의료복지와 접근성 개선 등 삶의 재생을 지원하는 따뜻한 정책의 빈곤 속에 국토의 한 자락을 지키며 묵묵히 살아왔다.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드문 섬, 노후화를 거쳐 소멸로 갈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남도는 올해 1월 버림받다시피 방치되어온 경남의 섬을 주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발하기 위해 전담부서 ‘섬 발전계’를 신설했다. 섬 발전계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체험과 관광, 휴식이 가능한 섬마을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주민소득 증대를 도모해 외지인도 들어와서 살고 싶을 만큼의 ‘보금자리’로 만들어 가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살고 싶은 섬 기꾸기 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도는 도내 7개 시·군의 유인도서를 대상으로 ‘살고 싶은 섬 기꾸기사업’ 공모에 들어가 남해군 조·호도와 통영시 두미도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대상지로 선정된 조·호도와 두미도에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각각 30억원의 예산을 투입, 주민이 주도하는 소득증대의 기반 마련과 관광·환경개선·일자리 창출 등 보금자리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도는 ‘경남 섬 발전 종합계획 수립 연구 용역’에 들어가 지난 8일 경남연구원 회의실에서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용역은 올 연말에 마무리 된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는 이 사업을 두고 섬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도와 일선 시·군 간의 시스템 정착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 계획을 장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일선 시·군의 역량이 중요한 만큼 현재의 사안에 따른 땜질식 전담인력 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경남도는 이번에 사무관과 전문 보좌관 등 4명의 인원으로 전담팀을 구성했지만 아직 일선 시·군과의 연결선은 미흡하다. 일선 시군 대부분은 사안에 따라 한 두 명의 공무원이 섬을 담당할 뿐 장기적 비전을 펼칠 정규 시스템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장기적으로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담 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직론의 정설이다. 그래야 업무의 지속성과 연속성, 전문성과 발전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공공의 업무를 두고 ‘사람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일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민선시대, 표를 의식해 소수에 불과한 섬 주민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불식해야 한다. 정치인과 행정가는 섬 주민들을 대함에 있어 숫자가 아니라 국토의 지킴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오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국토의 한 자락을 지키며 살고 있는 섬 주민들은 매우 소중한 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남해군 조도
이번 사업은 그동안 추진해온 관광 인프라 구축사업과는 궤를 달리 한다 것이 특징이다. 관광을 넘어 여행으로 가는 트렌드 변화를 반영, 섬 주민이 잘 살 수 있는 생태여행지로의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따뜻한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바라는,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시설을 지원한다. 이 시설도 주민들이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주민들이 잘 운영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은 선행된다. 전문가 조언과 지원도 이어진다.

경남도 윤미숙 섬보좌관은 “유인도가 무인도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단 한사람이라도 살고 있는 유인섬과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섬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사람이 살지 않는 섬 환경이 황폐화되는 것은 일순간인데 이를 복원하는 것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단 한사람이라도 살고 있을 때 섬의 현장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경남도 섬 발전계 최윤종 담당사무관도 “주민을 배제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며 “섬 주민들이 스스로 따뜻한 보금자리를 가꾸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웅재기자



 
도청 서부청사 섬발전계에 있는 도내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경남 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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